일괄 약가인하 시행 후 기업들이 판관비를 대폭 줄이면서, 인력감축 및 R&D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계법인 ‘태영’이 상위제약사 7곳의 설문조사를 통해 약가인하 전·후 판매관리비 내역을 분석해본 결과, 각 회사들이 가장 많이 예산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인건비, 광고홍보비, R&D관련 비용 순으로 나타났다.
먼저, 인건비의 경우 7개 회사 가운데 유한양행, 일동제약을 제외한 나머지 동아, 한미, 대웅, 종근당, 중외는 모두 약가인하 후 내년부터 인건비를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약가인하 발표 이후 업계 내부에서는 임금동결 및 명예퇴직 희망자 접수는 물론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까지 확산되면서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예고되는 분위기다.
특히 연매출 상위 5위권에 속하는 기업들의 인건비 감축수준이 상당이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건비를 가장 많이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는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의 약가인하 전 인건비는 1417억원이었으며, 약가인하 후에는 1253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동아제약과 대웅제약도 100억원대 가까운 비용을 줄일 전망이다. 동아제약의 경우 1332억원에서 1240억원으로, 대웅제약은 895억원에서 794억원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일괄 약가인하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7개 회사 모두 예외 없이 광고홍보비 삭감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광고홍보비에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는 동아제약의 경우 973억원에서 778억원으로, ▲한미약품 463억원→329억원 ▲유한양행 418억원→357억원 ▲대웅제약 319억원→311억원 ▲종근당 412억원→310억원 ▲일동제약 462억원 →454억원 등이다.
JW중외제약의 경우 122억원에서 59억원으로 광고홍보비를 절반이상 대폭 삭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음으로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R&D비용이다. 특히,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일괄 약가인하로 인해 기업들의 손실규모가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막대하다는 점에서 R&D위축으로 인한 제약산업 후퇴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그간 글로벌 진출을 내걸고 R&D투자비율을 높여왔던 상위제약사들의 투자비용 감축이 진행될 전망이다.
상위 업체 가운데서도 매출액의 13%이상을 R&D분야에 투자하면서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한미약품의 감축액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의 판관비 가운데 R&D비용은 총 478억원이며, 약가인하 후에는 362억원으로 100억원이상 줄 것이란 예측이다.
그나마 소폭 증액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근당을 제외, 한미약품 포함 상위 6개 기업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R&D분야가 급격히 위축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에 따라 전체 판관비에서 광고홍보비와 R&D비용이 차지했던 비율도 자연히 하락하게 된다. 인건비의 경우 대폭 감소가 예상됨에도 타 부문의 비용이 함께 줄어들면서 전체 판관비에서 차지할 비중은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판관비의 20%가 리베이트 비용이라고 주장하며 약가인하를 강행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 그 내역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근거 없는 데이터로 인해 오히려 산업이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은 상식적인 수준으로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