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일괄 약가인하를 막기 위한 최후수단으로 ‘판관비 공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영지표의 ‘투명성’을 요구해온 보건복지부를 설득하기 위해서인데 이를 두고 업계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약협회는 18일 오전 이사장단 회의를 통해 각 제약사별 판관비 내역을 공개한 자료를 복지부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그간 복지부가 판관비의 20%가량은 리베이트 비용일 것이라고 추측하며 업계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리베이트 비용만 줄여도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입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례없는 사태를 바라보며 이렇게까지 오게 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제약사 임원은 “복지부는 제약사들의 판관비 속에 ‘뭔가’ 있다는 불신을 계속 해 왔다. 약가정책 발표를 전후해 늘 리베이트 문제가 터지는 것도 그 불신을 입증하는 꼴이었다”며 “판관비를 공개하라는 것은 간, 쓸개 다 빼놓으라는 말과 다름없는 요구다. 그럼에도 협회가 업체들의 판관비를 모두 공개한데는 그만큼 업계가 절박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판관비 공개로 복지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의 약가인하 시행의지가 확고한 것은 물론, 이번에 제출된 자료가 정부가 원하는 수준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 11일~12일 진행된 제약계와 복지부의 워크숍 시작에 앞서 복지부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관이 최근 경희의료원 리베이트 사건을 강조한 것만 봐도 ‘협상가능성 희박’이라는 복지부의 입장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를 설득할 수 있는 ‘투명한 자료’의 개념은 상당부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것은 아마도 이전의 판관비는 이러했는데, 쌍벌제 이후 리베이트 비용을 대폭 감소해 이렇게 바뀌었다는 식의 내용을 서류상으로 보여주길 원하는 것 아니겠냐”며 “‘판관비 안에 리베이트 비용이 있다’는 전제조건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어떤 자료를 내놔도 움직이기 어렵다”고 탄식했다.
제약협회가 꺼낸 최후의 카드가 무용지물이 될 경우 복지부가 발표한 약가인하 방안은 변화 없이 이번 주 내 입법예고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견반영이 이뤄지지 않았을 시 제약협회가 보류해 왔던 궐기대회와 생산중단 등의 강경책이 구체화 될지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