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재분류에 대해 산부인과학회가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박용원)는 18일, 보건복지부에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재분류는 오남용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적극적인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6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응급피임약 '노레보원정'을 현행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의약품분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산부인과학회는 ‘접근성’과 ‘편리성’만을 강조하며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주장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시기상조이며 부적절한 대안을 해답으로 제시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산부인과학회가 보건복지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산하 의약품분류 소분과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접근성’의 문제는 약국 판매로 결코 해소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약국은 대부분 밤 9시를 넘으면 문을 닫으며휴일에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회 측은 응급으로 응급피임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병원에서 직접 투약해 즉시 복용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 예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학회는 특히 고호르몬함량의 응급피임약은 ‘응급’시에만 사용해야 하는 적응증을 가지고 있으며 부작용의 발현 빈도가 높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오남용으로 잘못된 피임 문화와 성문화를 야기할 수 있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전문적인 진단과 지시와 감독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라고 피력했다.
일각에서 선진국의 경우 조건 없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과 같이 구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성숙한 피임 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도 무분별한 응급피임약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핀란드, 스웨덴, 뉴질랜드 등에서는 연령의 제한을 두어 청소년은 처방을 받도록 하고, 반드시 복용 당사자인 본인이 구입해야 하며, 8분 이상 약사와의 상담 이후 구입, 본인의 증상과 응급피임약의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는 동의서 확인 필요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회 박용원 이사장은 “피임 실패율이 높은 응급피임약은 ‘인공임신중절’의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최선의 예방책은 올바른 피임 교육과 이에 따른 확실한 피임법의 사용”이라며 “응급피임약 복용에 대한 피임 상담은 여성의 매우 사적인 문제에 대한 진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노출된 공간인 ‘약국’이 아니라 의사와 1대1 상담이 가능한 ‘병원’이 적합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