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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산부인과학회, “응급피임약 두통ㆍ감기약과 달라”

“오남용과 부작용 발생 우려…인공임신중절 수술만 늘려”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박용원)는 최근 병원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응급피임약 여성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약국 판매는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과 달리 고용량의 호르몬이 함유, 다양한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어 꼭 전문의의 상담과 처방이 필수적인데, 전문의 상담 없이 약국에서 임의로 구매하는 것은 여성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응급피임약이 약국에서 판매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응급피임약은 제품설명서에 명기된 바와 같이 ‘무방비한 성교 또는 피임 방법의 실패로 인한 경우’에 사용할 것과, ‘응급피임제로써 한시적 요법으로 이용돼야 하며, 일반적인 피임 방법을 대신해 사용하지 말 것’이 권고되는 의약품이다.

학회는 “그야말로 비상 시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피임법으로 일반 먹는 피임약의 열 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이 함유돼 있고부작용도 많아 전문의와의 상담과 이에 따른 처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응급피임약은 다양한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일례로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다섯 명 중 한 명은 구토 증세를, 두 명 중 한 명은 메스꺼움을 경험한다. 응급피임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체내 호르몬 농도가 높아져 여성의 생리주기에 심각한 장애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응급피임약은 수정란이 이미 착상된 이후의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효과를 가지지 못하며 임신을 한 여성이 복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기 시 되는 의약품이다. 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여성이 ‘낙태’의 효과를 기대하고 응급피임약을 복용하게 되면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먹는 피임약 복용률은 작년 기준 2.8%에 불과한데 반해, 응급피임약의 복용률은 그 두 배 정도인 5.6%에 이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이 사전 피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계획 임신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오히려 올바른 피임 문화를 정착하는데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공임신중절률은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올바른 피임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다. 응급피임약은 피임 실패율이 작게는 5%, 크게는 42%에까지 달한다. 따라서 일반인이 무분별하게 응급피임약을 구입,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인공임신중절률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응급피임약이 일반적인 피임법으로 잘못 사용될 경우 성전파성 질환이나 골반염 등의 발생이 증가하고 약물의 오남용이 심각해질 것이며 이로 인한 여성 건강 악화와 함께 불임 여성 증가도 우려된다.

응급피임약 복용 이후 여성이 스스로 임신 가능성을 배제할 확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응급피임약 복용 여성 열 명 중 세 명은 부정출혈을 경험하는데, 많은 여성들이 이를 생리로 오인해 임신이 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있다. 따라서 피임 실패에 따른 임신 가능성이나 자궁외임신 등의 문제를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만 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응급피임약은 응급 시에 1회에 한해서 처방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두통약, 감기약과는 다르며 여성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전문의의 문진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덧붙여 “문제는 응급피임약 처방과 구입의 완화가 아닌 올바른 피임 문화의 정착이다.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에 당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확실한 사전 피임법을 사용하는 문화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피임약은 현재 산부인과뿐 아니라 내과, 가정의학과 및 종합병원 응급실 등에서 24시간 처방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