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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연명치료 중단 ‘치료거부권’ 제도적 인정이 우선

“의료인 의학적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장치 필요”

연명치료중단을 위해 사전의료지시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우선, 치료거부권을 제도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단국대학교 이석배 법과대학 교수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원상 부연귀원은 ‘연명치료중단에 있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사전의료지시서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명치료중단은 지난 2009년 세브란스병원사건 이후 본격적인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결문에서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에 대비해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를 ‘사전의료지시’로 칭했다.

이후 전문가들은 사전의료지시제도가 우리사회애서 연명치료의 중단상황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 현실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석배 교수와 이원상 부연구위원은 제도 시행에는 여러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전의료지시는 대부분 특정 치료에 대한 거부를 내용으로 담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우선 치료거부권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나 오스트리아, 독일에서 사전의료지시제도를 시행, 이러한 법제도의 시행에는 치료거부권의 인정이 중요한 전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환자는 권리행사를 하는 것으로, 사전의료지시에 특정된 상황에 치료거부 의사를 밝히면 의사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의사는 민사-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환자가 치료거부의 의사를 밝힌 경우에 의사의 보증인 의무, 즉 치료의무가 탈락하므로 정당화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제가 있기 때문에 사전의료지시가 있는 경우에 의사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연명치료중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결정 능력을 지닌 환자의 경우에도 치료거부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이는 세브란스병원 사건은 물론이고 보라매병언사건에서도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는 비록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더라도 의사에게 보증인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보라매병원사건의 경우 연명치료중단의 문제로 간주될 수는 없는 사건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의사들에게 보수적인 입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연구자들은 “결국 치료거부권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명시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는 한, 의사들은 사전의료지시가 있더라도 환자의 입장에서보다는 의사의 입장에서 최선의 치료를 다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사전의료지시제도를 입법화하는 경우에는 그 전제로 환자의 치료거부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사전의료지시제도를 도입한다면, 그 내용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그 사전의료지시에 표시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환자보호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의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연구자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의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는 의료행위를 보호자가 요구한다면 거절하기 쉽지 않다”며 “보호자 등이 특정한 의료행위를 요구하도라도 우선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전제조건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두 법안이 발의 됐다. 하지만 이 법안에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타당한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 따라서 우리보다 먼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사전의료지시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