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의 환산지수 연구에 대한 중간보고 성격의 공청회가 마련됐으나, 표준원가 산출에 대한 이견과 함께 향후 결과를 두고도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는 20일, 건강보험 수가제도 중장기 발전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년도 환산지수 연구에 대한 중간보고 성격의 ‘건강보험 환산지수 표준모형 개발’이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또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 방안으로 총액계약제 도입과 관련한 세부 내용과, 비급여 진료비 관리방안 등이 발표됐다.
공청회에서 경희대학교 정형록 교수는 “표준원가기반의 환산지수모형 개발을 위해 비효율성을 제거해 적정가동률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의료기관의 적정투자기반의 비효율성을 제거한 적정가동률을 반영해 행위별 표준원가를 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산지수 표준모형을 산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의료기관 회계분리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영수지기준 환산지수 모델과 표준원가 기반의 환산지수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회계분리를 위한 1단계 원가배부는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관련 원가를 진료과별로 1차 집계하고, 2단계로 각 진료과에서 발생한 비용을 급여유형별로 구분해 원가를 집계하며, 행위료와 재료비를 구분해 집계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표준원가기반의 환산지수 개발의 배경에 대해 정형록 교수는 “실제원가기준 환산지수는 의료기관의 투자규모에 따른 효율성을 고려할 수 없으므로, 의료기관 종별차이와 효율성의 차이를 반영한 표준원가기반 환산지수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표준원가 산출에 대해서는 이견과 함께, 향후 연구결과에 대한 단체들의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문제가 제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가개발단 이충섭 단장은 “표준원가를 산출한다 해도 만족 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토론자로 나선 차의과대학 지영건 교수 또한, 표준원가 산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영건 교수는 “연구를 할 때 다른 시각을 바라볼 수 있는 고려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표준원가를 산출한다고 하는데 표준이 무엇인지? 왜 표준인지? 원가산출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의 데이터 접근성을 가지고 있어도 표준원가를 산출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표준원가를 산출해도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아울러 이날 공청회에서 서울대학교 권순만 교수는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방안으로 ‘총액계약제’ 도입과 함께 선택계약제에 대해 주제발표했다.
현재 지출에 맞추어 수입을 정하는 방식에서. 수입에 맞추어 건강보험 지출을 조절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권순만 교수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행위별수가제가 아닌 총액계약제를 대안으로 생각해 보자는 주장이다.
권순만 교수가 제안한 총액계약제는, 각 섹터별 의료제공자 단체가 건정심 및 재정운영회에 섹터별 의료비 총액의 내용을 담은 예산안을 제출, 최종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자는 것.
이어 권순만 교수는 “각 섹터별 예산 범위를 놓고, 건보공단에서 ‘국민의료비 위원회’의 협상을 통해 각 섹터별 예산 총액 규모를 확정, 섹터별로 확정된 예산을 검토하고 지역별로 분배하고, 정책 변화가 있을 경우 의료제공자 단체는 총액의료비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권순만 교수는 적정한 의료서비스의 공급유지를 위해 일정부분에 대해서는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의 ‘선택적 계약제’ 도입을 제안했다. 권 교수는 쌍방독점적 선택적 계약과 개별기관과의 선택적 계약 등의 두 가지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총액계약제 도입과 관련해 토론자들 대부분은 큰 틀에서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구체적 대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총액계약제 도입 시 비급여에 대한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비급여 진료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가 질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부분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지영건 교수도 총액계약제 도입과 관련 “비급여 수입 파악이 우선 논의되고 이후 비급여 진료비 규모를 파악된 이후에 총액계약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는 공급자도 비급여 비용을 모르는 상황이다. 선택계약제 역시 협상이 결렬된 이후 의료기관이 파업에 나설 경우에 대한 대안이 없다”며 연구의 순서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