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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로봇수술 ‘도마위’…문제는 무분별한 '호객행위'

학회서도 병원눈치 보느라 올바른 지침방법 제시못해

30~40억짜리 수술로봇을 들여온 후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일부 병원들의 로봇수술 권유 행태가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봇수술로 인해 양질의 치료가 가능한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비용대비효과가 확실히 떨어지는 질환의 치료에도 로봇수술을 환자들에게 권유하고 ‘~로봇수술, 000례’, ‘출혈, 재원일수 완전 개선, 선호도 최고’와 같이 알리는 것은 무분별한 호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로봇수술을 집도하는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로봇수술이 미래의 방향인 것은 맞지만 브랜드파워를 위해 과하게 들여오는 양상이 분명히 있다”며 “사실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되는 일부 수술은 굳이 로봇으로 시술하지 않아도 기존의 복강경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Big5라 불리는 곳 중 하나인 S병원은 기존의 복강경으로도 충분히 효율적인 수술임에도 로봇수술을 권하고 있었다”며 “급증하는 로봇 수술 건수가 의아해 물어보니 환자의 옷차림을 보고 경제력이 될 만한 사람이면 권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문제의 병원은 단순한 양성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에서 지난 1년간 개복술과 복강경, 로봇 수술의 시행 건수가 거의 같은 비율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무분별한 권유들로 로봇수술의 시행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지난 2005년 약 24건에 불과했던 것이 2009년에 약 4000건으로 급증하더니 올해는 무려 7000건이 넘게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오로보틱스사에 따르면 도입가 30~40억에 이르는 다빈치는 연간 평균 유지보수 비용만도 약 2억~2억 5천만 원에 이른다. 이처럼 고가임에도 병원들이 앞 다퉈 다빈치로봇을 도입해 현재 27개 병원에 33대가 도입, 인구 백만명당 보유현황이 0.66대로 세계 3위다.

이에 대해 일선 의료진들은 비싼 로봇을 들여오고 의료진에게 국내-해외 연수 등으로 교육을 시킨 만큼 유지비와 수익창출이 따라주어야 하기에 아무래도 많이 권유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보건연이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로봇수술을 시행하는 24개 병원의 의료진들은 수술로인해 환자만족도가 증가할 것이란 응답보다 병원역량강화와 수익증가를 기대이익으로 꼽았다.

특히 이같은 로봇수술은 가격이 비급여인만큼 정확한 수술비의 통계치 파악이 불가능하며 병원마다 비용도 천차만별로 ‘부르는게 값’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보건의료연구원이 국내 병원의 비급여 고시금액을 조사한 결과 같은 부위의 로봇수술이라도 병원에 따라 무려 3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례로 심장수술의 경우 500만원에서 1500만원에까지 이르고 방광 수술의 경우 최저가격은 600만원, 최고가격은 1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로봇수술이 특정 진료과목이나 질환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일부 학회에서 병원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지침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수술을 다수 진행하고 있는 진료과목의 교수는 “학회 내에서도 이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있었다”며 “암묵적으로는 암과 같은 특정 질환과 관련된 수술만을 진행해야한다는 동의가 있으면서도 대학병원에서 도입한 로봇의 유지비와 수익에 직결되는 문제라 차마 발표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용대비효율성 논란에 불을 댕긴 로봇수술, 정확한 적응증을 파악하고 의료계 스스로 지침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여 의료계의 향후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