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도 장기다. 수혈을 하면 남의 세포를 받는것으로 장기이식처럼 면역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무수혈 등을 통해 수혈을 오남용하지 않고 적절히 사용한다면 수혈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부족한 혈액수급에도 숨통을 트일 수 있다"
최근 특정종교의 수혈거부와 관련해 관심이 집중된 ‘무수혈 수술’. 하지만 무수혈 수술은 단지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수혈에 따른 감염, 부족한 혈액수급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혈을 적정한 수준에서 사용하기 위한 방법 중 한가지다.
지난 10월 무수혈 수술 2000례를 달성한 순천향서울병원의 무수혈센터장 염욱 교수(흉부외과)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수술 중 1~2파인트 정도의 피는 수혈을 하지않아도 된다”며 “수혈에 따른 문제점들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수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무수혈 수술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혈에 따른 문제점은 간염이나 에이즈 등 혈액전파로 인한 감염과 신체의 면역력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또 혈액보관 중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혈액의 기능이 저하돼 성분 수혈시 적혈구나 혈소판 등 분익 제제의 문제점이 감염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혈액 부족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것도 수혈의 문제점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국민헌헐률은 4.24%에 불과하며 오는 2015년에는 2.5%까지 헌혈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무수혈 치료는 이런 일련의 혈액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혈액사용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현재 순천향서울병원의 무수혈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종교적인 신념으로 인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반사람들도 무수혈수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현재 순천향서울병원에서 무수혈수술을 받고 입원중인 환자 45명 중 4명은 종교적 신념과 무관하게 무수혈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다. 10명중 1명 꼴로 일반 환자들이 찾아올만큼 예전에 비해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염욱 교수는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에서 무수혈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며 “출혈이 많이 예상되는 수술이더라도 조혈제와 철분제, 혈액회수법, 혈액희석법 등을 이용해 대부분의 수술에서 무수혈수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암 수술에서의 무수혈 수술이 효과적이라고 염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암 환자의 경우 수혈을 한 환자와 하지 않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다르다”며 “대장암 같은 경우는 이미 문헌적으로 입증된 자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혈액도 액체성 장기이므로 수혈은 액체로된 장기의 이식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수혈은 다른 이의 세포를 받는 것과 같아 면역학적 기능이 떨어지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무수혈 치료의 방법은 다양하다. 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수술 전 혈색소를 충분히 올리는 치료, 환자에게서 미리 혈액을 채취해 수액으로 혈액의 볼륨을 높였다가 수술 후에 환자에게 주는 자가수혈 방법, 수술 중에는 셀 세이버라는 혈액회수기를 사용해 출혈로 버려지는 혈액을 걸러서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
염욱 교수는 “최근 수혈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혈액대체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며 “인공혈액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인 추세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무수혈은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에서 의학의 한 부분으로 이미 자리 잡았으며 여러 학회의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 무수혈수술이 수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염욱 교수는 “무조건 혈액을 사용하지 않는게 옳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의학적 관점에서 환자에게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