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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장애인 시설접근권, 대형병원들 나몰라라?

병원, 점자안내판-음성안내장치 미비…사실상 무관심


병원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시설접근권이 사실상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가인권위 조사에서 드러났듯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건소조차 장애인들의 편의시설 구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대부분 종합병원에서도 장애인들이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법에서는 장애인의 시설이용 편의를 위해 건축물의 주출입구 부근에는 점자안내판이나 촉지도식 안내판, 음성안내장치 또는 기타 유도신호장치를 1개 이상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준수하는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로 Big5라 불리는 병원을 조사한 결과 점자안내판이나 촉지도식안내판, 혹은 주요시설의 배치 정보를 담은 음성안내장치를 설치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이와 관련, 서울아산병원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병원의 기본시스템은 장애인이 올 경우 인적자원을 동원해 직접 안내하고 있다”며 “필요성이 확대되면 검토 후 설치 계획을 세우겠지만 현재로서는 효용성에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도 “따로 점자안내판 등이 구비되어있지는 않지만 동행서비스를 통해 입구부터 자원봉사자들이 장애인들의 안내를 돕고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내서비스의 경우 대부분이 6시 이후에는 제공되지 않으며 병원 내 안내데스크나 고객 불편 상담소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의 유무는 물론 장애인용 공중전화기가 어디 있는지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시각장애인의 경우 보조견의 도움 없이는 이동이 거의 불가능함에도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은 감염관리 등을 이유로 보조견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과 ‘편의증진보장법’에 따르면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이유 없이 편의시설이나 장애를 고려한 서비스 등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한 차별’로 인정된다.

정당한 편의란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해 편의시설이나 설비, 도구, 서비스 등의 수단을 제공하고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하지만 법적 강제성을 가지려면 법무부의 시정명령에까지 이르러야 하기에 인권위 진정에서부터 시정명령까지의 과정이 수월치 않다. 이 때문에 인권위에서는 종합병원의 책임 의무를 강조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병원의 장차법 위반과 장애인의 불편사항에 대한 집단진정이 들어와 있으며 현재도 몇몇 사안에 대해 병원들을 조사하고 답변을 받은 상태”라며 “하지만 법규사항 자체가 미비한 상태라 복지부의 협의요청과 함께 병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 머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차법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서재경 활동가는 “병원의 경우 전반적으로 너무 많은 문제들이 중첩돼있다”며 “예를 들면 시각 장애인의 경우 화장실 까지 가는데 점자블록이 설치돼있는지 지체장애인의 경우 전동휠체어를 타고 병원 화장실을 이용할 때 공간이 충분한 지 등의 문제들이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돼 선언적 의미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장차법과 관련,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관계자는 “병원에서 설치를 미비한 이유로 과도한 부담이나 곤란한 사정 등의 예외규정 적용이 가능하긴 하다”면서도 “구체적인 관리감독은 해당 시군구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