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장직 비의사 출신 임용문제가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광주광역시 북구 보건소장직의 임용에 대한의사협회 및 이 지역 의사회가 보건의무직군 출신 공무원 내정을 강력히 반발하며 공모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주목받기 시작한 이 문제가 최근 대구시 수성구보건소장직 문제로 다시금 대두되고 있는 것.
대구시의사회는 지난 26일 대구 수성구청 앞에서 수성구보건소장직의 공모에 보건직공무원 출신 간호사가 내정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항의 집회를 개최하는 등 여느때 보다 그 대응수위를 강력하게 높여나가고 있다.
보건소장직의 비의사 출신 임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드시 의사출신이어야만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수해전부터 개원가에서 표출되어 왔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항의 집회까지 여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보건소장직 의사 임용에 의료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는 보건소의 일반진료 확대에 따른 개원가의 폐해를 들 수 있다.
지난 26일 개최한 수성구보건소장 비의사 임용에 항의 집회를 개최한 대구시의사회 김제형 회장은 “행정직 출신이나 비의사가 보건소장직에 오를 경우 개원가의 진료현장에 대해 알지 못해 이에 위배되는 정책을 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즉, 예방위주의 보건 정책이 아닌 일반 질환 진료 및 관리에 초점을 둬 개원가와의 마찰이 불거지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년 간 반복되어 지적되어 오고 있는 사안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원조를 등에 업은 보건소의 규모가 점차 비대해지며 이 문제는 개원가에서 더 이상 좌시 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김 회장은 특히 “이들의 전문성이 떨어져 지난해와 같은 신종플루 등의 전염병이 창궐할 경우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는 일도 허다해 결국 그 피해가 국민들과 의사들에게 돌아왔다”면서 의사 출신이 보건소장직에 임용돼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피력했다.
실제 모 지역의사회 회장은 자신이 구의사회 시절 겪은 비의사출신 보건소장과의 일화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의사들이 일선에서 힘들게 진료하는 현실을 모른다. 여러 가지로 법령이 많지만 법령을 시행하는 근본적인 마인드가 현장 의료서비스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인드가 아니고 개원가를 좌지우지해서 꼼짝못하게 하고자 하는 권위적인 느낌이 강하다”면서 보건소장직 임용에 비의사 출신이 거론되는 것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선거민심 대동용으로 보건소장직이 결정되는 것에도 의료계의 반감이 강한 상황이다.
또 다른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보건소장직은 엄연히 지역 보건의료 상황에 능통한 사람이 맡아 이에 걸맞는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데 시장·군수·구청장에 이 선택 권한이 있어 선거에서 민심확보용으로 쓰이는 일도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일관된 정책이 아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민심현혹용 정책을 추진하게 해 혼란만을 가중 시킨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건소장직에 정정당당한 공개채용을 통한 의사출신의 임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의사임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관계자는 “보건의무직군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법령상 예외 규정의 입법취지는 의사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를 대비해 임의적으로 둔 규정이고, 현재와 같이 의사인력자원이 풍부한 상황에서 의료분야의 비전문가들이 보건소장으로 임용될 근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이러한 염원과는 반대로 현재 간호사 및 한의사 직군들의 보건소장직 진출이 적극적으로 타진되고 있어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간호사협회의 경우 “보건소의 역할이 보건교육, 전염병의 예방·관리, 모자보건사업, 노인보건사업 등 다양하고 보건지소의 경우에도 취약계층의 방문보건사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우선권을 의사에게만 부여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위반된다”며 “의사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기존의 임용요건을 완화해 업무 능력을 갖춘 보건 및 간호사에도 이를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복지부는 지난 3월 보건소장직에 의사 충원이 곤란한 경우 한의사, 치과의사의 전문성을 고려해 보건소장 임용이 가능하도록 3년이상 보건기관 근무 경력을 가진 한의사, 치과의사 또는 보건의무직군 공무원을 임용하도록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