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지난 4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계획에 따라 심평원이 발표한 ‘고혈압치료제의 효과 및 이상반응 평가’ 연구용역 결과에는 과정상 오류가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9일 오후 의협회관 3층 동아홀에서 고혈압 치료제의 임상효과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고혈압치료제 효과 및 이상반응 평가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 대한’ 타당성 검토결과를 발표했다.
의협은 우선 정부 측의 고혈압치료제 효과에 대한 연구에는 평가지표를 비롯해 메타분석, 연구보고서의 논리, 비용·효과성 분석에 대한 판단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고혈압 약물로 분류된 약제들이 항상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기저질환에 따라 약물 사용 목적이 달라지는데 정부 연구결과의 평가지표에 있어서는 고혈압약제가 고혈압 약으로 돼 있어 고혈압 환자에서만 이를 사용하는 것처럼 발표해 그 기능을 단순한 혈압 강하력에 한정하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 고혈압 약 평가지표의 선정 비중에 있어서도 중간지표 정도에 해당하는 혈압 강하력을 주지표로 선정하고, 심혈관 질환 이환율 및 사망률을 최종지표가 아닌 부지표로 선정해 연구해석에 있어서 문제점을 야기했다.
특히 정부의 연구자들은 실제 고혈압 환자의 치료현실과는 다르게 병용요법을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단독요법이라는 매우 제한적인 기준으로 임상적 효용성을 평가해 편중된 결과를 초래했다.
의협은 이에 대해 “의학적으로 2개 이상의 항고혈압제의 병용요법 처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실제로도 50~80% 정도의 환자가 2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나 복합제를 처방 받고, 단독요법으로 처방받는 환자의 비율을 20~50%에 불과하다”며 연구 평가지표의 문제점을 피력했다.
의협은 아울러 “연구자들은 대상환자 선정에 있어 강제적 적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했는데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메타분석에서 필요한 결과만을 발췌한 후, 별도의 통계적 검증절차 없이 비교해 전반적인 경향만으로 결론지은 것은 중대한 오류”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의협은 비용대비 효과성 분석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지적을 이어갔다.
의협은 “연구보고서는 결론에서 계열별 비용최소화 분석을 수행하고, 이에 근거해 급여기준선을 제시했는데 이는 효과가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1일 소요비용만을 비교한 것”이고 비용-효과성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사업의 방향성에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의협은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사업은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된 보험약가를 낮추어 건보재정의 부담을 덜어버리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이 방향성은 저질 의약품을 우선 퇴출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 고혈압치료제 연구용역은 그 결과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과정을 끼워 맞춘것에 불과할 정도로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대한고혈압학회를 비롯한 내과학회, 내분비학회 등 의학계도 이에 의견을 같이했다.
대한고혈압학회와 내과학회는 “의협의 지적과 같이 연구대상으로 실제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를 배제한 후 단순 고혈압환자만을 선정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이를 전면 수정해 단일요법만이 아닌 병용요법이 반영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복용 지속성, 합병증의 발생, 총 의료비 사이의 정량적 관계등을 파악해 외국과 같이 5~10년의 코호트 분석을 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심장학회는 “고혈압 환자는 다양한 임상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매우 복잡한 군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단순히 혈압 조절 문제가 아닌 여러 임상 지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평가가 이루어 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한내분비학회는 “항고혈압 약제의 평가는 혈압강하효과, 부작용, 심혈과질환 예방효과 및 장기보호효과등을 분석해야 하고, 이에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구가 성급하게 진행된 점을 질타했다.
대한신장학회도 역시 “정부측의 보고서에서는 약물 계열간 효과를 비교하고, 또 각 계열별 1일 소요비용의 분포만 보고하고 있는 등 비용·효과성에 대한 직접적인 분석은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전향적 연구로서 계열간 효과와 이상반응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비용-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신경과학회는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고혈압 치료의 임상적 중요성 및 유효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국가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의협은 “전체적인 연구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이번 연구용역은 그 결과를 정해 놓은 상태에서 과정을 끼워 맞춘것에 불과할 정도로 편향적”이라며 “만약 기타 효능군에서도 이와 같이 편향된 결과가 나올 경우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사업 자체를 거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