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언론이나 방송에서도 연신 낙태문제를 화두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찬반 양측의 의견이 너무 팽팽해 결론내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어찌 보면 낙태문제의 해법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낙태논란의 핵심은 ‘불법’으로 행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분명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의사의 양심과 여성의 고통이 공존되기 때문이다.
만약 10대 소녀가 강간을 당했다면, 낙태를 해야 할까? 아니면 낳아야할까? TV 토론에서 프로라이프 의사회 관계자는 무조건 낳아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낳아서는 안 된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낙태를 반대하는 부모라도 자신의 딸이 강간을 당했다면, 낳으라고 했을까 싶다. 상식적으로 볼 때 낙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누가, 어느 부모가 강간범의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낙태를 반대하는 당신이라면 가능한가?
여성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반대로 아이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낳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여성과 아이 중 누구의 인권이 우선일까? 결국, 이 문제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과연 누가 선을 그을 수 있을까.
낙태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사회의 안녕과 여성, 그리고 아이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무조건 불가하다는 것은 한 여성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다. 강간이라는 충격과 혹은,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다.
설령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을 때 미혼모들이 사회에서 받을 따가운 눈총도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가 과연 미혼모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따라서 낙태는 무조건 반대되어야할 문제도 반드시 허용해야할 문제도 아니다. 낙태에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여성에게 있어 임신이라는 것이 갖는 그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임신은 몸의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 문제가 더 크다고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여성의 임신,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른 낙태에 대해서는 여성의 의사가 그 누구보다 존중되어야 한다. 지금 정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옛날 솔로몬이 한 아이를 두고 판결했던 것과 같은 현명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