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의료일원화 필요한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가를 주제로 의료계와 한의계의 입장이 표출된 토론회가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개최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먼저 토론회를 주최한 안홍준 국회의원(한나라당)은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이 한의원 근무 한의사 367명과 한방병원 근무 한의사 6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한의원 한의사의 37.6%, 한방병원 근무 한의사의 41.3%가 의료일원화에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방병원 한의사의 경우 찬성한다는 입장(41.3%)이 반대하는 입장보다 많아 주목되는 결과라는 것.
안의원은 “이는 의료일원화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한의사 사회에서 조금씩 인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미 양한방 협진병원이 생기고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동시에 갖고 있는 동시면허자들이 100명 넘게 활동하고 있다”며 의료일원화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재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의료의 선진화와 의료일원화’를 주제발표하며 의료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정리했다.
의료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진료의 질적 향상: 면허제도 통한으로 인해 양·한방 모두 진료 가능 △의료시장 진출 및 개방에 대비: 한의사도 의사 면허를 취득해 해외 의료시장 진출 용이 △제3의학 창출로 세계 의학 주도: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장점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의료체계로 인해 보건의료부문의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 △의학은 하나 등으로 제시했다.
반면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한의학의 학문적 잠재 가능성 소멸 △양·한방 협진만으로도 치료효과 상승 및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 도모 △한의사 입장에서: 인원수·영향력 등 의사에 비해 열세 상황에서 의사와 대등한 지위 보장 불가능 △일부 의사 입장에서: 다른 일면에서 비과학적인 지식체계를 굳이 함께 가야 할 필요성 없고 비과학적 요소의 혼입으로 혼란을 겪는 것보다 현 의학 발전 매진 △정부 입장에서: 의료일원화가 한의학의 쇠퇴 및 소멸 초래할 경우 수요가 완전 살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전통의학의 소멸 자체가 국민통합에 부정적 등을 거론했다.
조재국 연구위원은 “의학의 발전은 물론 국민에게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의료일원화 또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다만 양의학 입장에서 한의학의 이론이 문제가 많을 수 있으며 임상에서 한방 처방 효과가 미흡할 가능성이 상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임상에서 검증된 것만 의료행위로 수용해야 할 경우 안전성 문제 및 윤리성에 기반한 주장으로 한의계로서는 심각한 문제로 극단적으로 한방의료의 극히 일부분만 수용할 가능성 있다는 것.
조연구위원은 “통합 이후 전통 한의학의 발전 가능성을 확신하나 계승·발전을 위한 배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제발표 이후 유용상 대한의사협회 의료일원화위원회 위원장, 한정호 청주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최방섭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 회장, 임병묵 부산대학교 교수, 노길상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책관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주요발표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돈 버리고 몸 버리는 의료이원화제도’(유용상 의협 의료일원화 특위위원장)
=우리는 하나의 질병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치료해 두 배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몸 버리고 돈 버리는’ 이원화 의료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문제점을 피상적이나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파상적 대책인 한방 물리치료급여, 의·한방 협진과 같은 일련의 편법적 정책들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피상적 접근은 근본 처방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원화제도를 공고히 연명시키고 정체불명의 괴물 의료를 탄생시킬 뿐이다.
의료일원화는 각각의 의학체계를 지지하는 기반이론의 검증을 통한 근원적 해결로서만 이뤄질 수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 의학에 뿌리내려야”(한정호 청주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실용정신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의학에 뿌리내려야 한다.
전해 내려오던 민간의학과 약초, 침술 등에서 옥석을 가려 국부를 창출할 자원을 삼고자 한다면 음양오행 등의 고대 철학에 기반한 종교적 이론을 한방에서 모두 솎아내고 현대 과학의 큰 틀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즉 약초나 한방의 특정 치료법이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효과가 검증이 되면 이는 현대의학으로 편입이 되는 것으로 현재나 미래의 ‘의료일원화’의 유일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여러 이익집단의 반발이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학문적으로 고립된다면 한방의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인 모두의 지성과 과학사상을 아우르는 크나큰 지적폐단이기에 양식 있는 지식인과 과학자들은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
“의료일원화는 시기상조”(최방섭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장)
=국민 스스로가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장점을 찾아 이용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의료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이기에 보다 많은 주의를 요구하는 사회적 행위로 단지 직역간의 정치·경제적 논리와 힘에 의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한의사나 의사의 면허로 그들의 기능과 역할을 이원화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 보다는 진료를 위해 어떤 의료행위가 필요하고 그러한 행위를 위해 적합한 시술능력을 갖추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의료일원화나 의료통합의 논의는 의료수혜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논의돼야 하며 이에 앞서 서로의 의학을 존중하려는 태도의 변화가 선결돼야 한다.
“한의학·한의사 제도 일방적 폐지 아닌 발전적 통한 전제돼야”(임병묵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의료일원화에 대해 한의계가 참여한 토론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의료일원화의 논의 범주에 적어도 한의학·한의사 제도의 일방적 폐지가 아닌 발전적 통한을 지향한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의료일원화의 장점 즉 의료이용의 혼란과 서비스의 중복 이용을 줄일 수 있으며 한의사의 업무를 전통적 방법론과 도구를 바탕으로 한 진료에 한정시키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명료하다.
하지만 한의학 고유 특성의 쇠퇴로 학문적 존립이 어려울 수 있다는 등의 단점은 덜 명료해 통제 가능한 부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이 인정되나 한의학 고유 특성과 다양성 유지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협진을 통한 의학과 한의학의 균형적 발전방안 모색”(노길상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정부는 우선 소통이 가능한 분야부터 상호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에 내년부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과와 한의과간 협진을 시행하려고 한다.
이번 협진제도가 자리를 잡게 되면 의료계와 한의계간 상호학문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고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협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키 위해 △의사·한의사간 진료절차 △응급·중증환자 대응방안 △반드시 피해야 할 진료형태 및 처방 사항 △환자 진료에 대한 의사·한의사간 논의 구조 △환자선택권 등을 규정한 협진 표준매뉴얼 등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한의학·의학의 기본내용 △각 분야 의료기구에 대한 기본 지식 및 판독 방식 △질병명 및 처방명 일원화 △차트 등 서류 표준화 방안 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며 중장기과제로 학제 개편까지 포함한 협진인력 양성 방안도 고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