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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가족사랑 컸던 한 가장, 안타까운 장기기증

전북대병원, 고 이영진 씨 3명에 새 삶 주고 영면

“어려운 형편에도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참 컸던 사람인데….”

지난 20일, 전북대학교병원 등 도내에서 힘들게 투병 중이던 만성 신장병 환자 2명과 간 질환 환자 1명이 새 삶을 찾았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한 사람과 그 가족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제에서 농사를 지으면 어렵게 가족을 부양하던 이영진 씨와 가족들에게 예기치 못했던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 10일. 생계를 잇기 위해 참여한 공공근로 도중 간식으로 나온 삶은 계란을 먹다 목에 걸려 호흡이 정지됐고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

이 씨는 인근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소생하지 못한 채 전북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 씨는 결국 지난 20일 오후 3시 뇌사 판정을 받았다. 부인 신모 씨와 아들, 딸 등 가족들은 고인도 원했을 거라며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신장 1개와 간은 전북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 이식됐고, 남은 신장은 원광대병원에서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회복을 위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장기를 기증한 이영진 씨는 언어장애 4급 장애인이다. 어려운 경제 형편, 개인 사정에도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젊은 사람이 없는 농촌에서 그나마 젊은 편에 속했던 이 씨는 동네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공공근로와 농사일로 버는 적은 돈으로 근검절약하며 가족을 보살폈다. 부인 신모 씨는 “남편이 지난 10년 간 가족들에게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을 사랑이 담긴 일기장에 남긴 것을 보며 더욱 슬펐다”며 “말이 어눌해 평소 표현을 못했지만 가족, 이웃을 위하는 사람이었던 만큼 다른 사람에게 새 삶을 준 것을 크게 기뻐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말 현재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는 1만7926명에 달하지만 뇌사 장기기증자는 119명에 불과했다.

전북대병원 김영곤 병원장은 “최요삼 선수와 김수환 추기경, 이영진 님 같은 많은 분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장기 기증에 관한 일반의 인식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뇌사 장기 기증에 관한 제도 개선, 일선 의료기관의 효율적 뇌사자 관리 노력, 장기기증에 대한 더 높은 의식 변화 등이 여전히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