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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교육특구 청소년들,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최악”

유희정 교수 “특목고 진학 등 치열한 경쟁이 원인”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청소년 두 명중 한명은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유희정 교수는 “강남, 분당, 목동, 중계 등 부모의 기대치와 교육열이 가장 높은 소위 대한민국 교육특구로 알려진 지역의 중고생들의 두 명중 한명이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으며, 61%는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유희정 교수팀이 2008년 10월 한 달간 강남, 분당, 목동, 중계 등 4개 지역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만 13~18세) 학생 1216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건강실태 조사’를 분석한 결과이다.

학생 대부분은 두통ㆍ소화불량ㆍ어지럼증 호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육특구 학생의 절반이 넘는 61.4%(747명)가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느낀 증상이 두통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소화불량을 호소한 학생은 46.8%(570명), 어지럼증 512명, 허리통증을 겪고 있는 학생은 504명으로 조사됐다. 또한 56%(681명)의 학생이 3가지 이상의 증상을 겪고 있다고 응답해 청소년들이 지나친 학습량과 수면부족, 운동량의 결여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육특구 중고생들의 두 명 중 한명은 자신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응답 중고생의 절반이 넘는 50.2%(611명)가 스트레스가 많다고 답했으며, 13%(159명)는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질병관리본부에서 2007년 전국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 결과 46.5%가 스트레스가 많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수치다.

보통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고등학생 보다 중학생이 스트레스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전국 조사에서 중학생은 43.4%, 고등학생은 49.9%가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고 대답한 반면 이번 교육특구 거주 학생 조사 결과에서는 중학생 52.4%, 고등학생 48.7%가 자신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고교생보다 중학생 스트레스가 더 높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유희정 교수는 “과거에는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입시 스트레스를 많이 느꼈지만 최근에는 특목고 진학 등 일찍부터 입시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저학년이 받는 체감 스트레스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희정 교수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없는 어린 나이에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 불안을 더 심하게 겪을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자아 정체감 형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업에 대한 의욕을 조기에 상실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학업과 입시의 경쟁에 아이를 무조건 뛰어 들게 하기 이전에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는지 탐색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어야만 학습효과도 더 높아지고, 학습한 것을 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특구 중고생들의 수면 시간은 59.9%(726명)가 6시간 이내라고 응답했으며, 67.6%(823명)이 수면이 불충분하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식습관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4%(902명)이 식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15분 이내라고 응답했고, 평소 아침식사를 거르는 중고생의 비율도 46%(557명)나 됐다. 또한 응답한 학생의 4명 중 1명인 25%(301명)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부모님들의 관심이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유희정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열은 교육특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지역 학생들의 건강패턴은 결국 우리나라 전체 학생들의 건강패턴을 한발 앞서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체감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한 만큼 이들의 학업 성취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건강한 발달을 위한 대책과 관심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