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병원이던 의원이던 간에 개원을 한다는 것은 신분상이나 사회적인 지위 또는 경제적인 면에 있어 상당한 변화가 동반되어지게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화의 하나는 “을”의 입장에서 이제는 “갑”의 입장으로 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그동안 수동적인 입장에서 한 사업장의 책임자로서 능동적으로 변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은 진료에만 국한된 업무에 충실하면 좋은 의사로서 사회적인 기준으로 많은 급여를 받으면서 존경받는 입장에 서있었지만 ‘개원’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이제는 사업과 관련된 진료외의 회계, 인사, 총무, 노무, 세무 등 병의원 운영과 관련된 제반 업무에 대하여도 주인으로서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으로의 변화가 주어진다.
이렇게 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사업과 관련된 제반 일들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경영이라고 표현하고 이러한 사람을 우리는 경영자라고 표현한다. 다시 말하면 개원을 한다는 것은 이제 의사로서의 책무만아니라 경영자로서의 책무도 함께 지어진다는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성공적인 경영전략에 대하여 평소에 필자가 생각하였던 몇가지를 추려보고자 한다.
흔히들 공무원이나 교사, 군인 출신들은 사회에 진출하여 사업에 성공하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왜 그럴까? 그렇다면 의사는 어떠할까? 그리고 의사로서 경영자로서의 일반사업자와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다른 전문가의 예를 들어보자.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라는 특수성은 법을 다루면서 자기 사업과 연관된 경우의 수도 상당 부분 터득한다고 할 수가 있다. 특히 각종 법률중에서 세법에 관련된 부분은 그 어떠한 전문직보다도 회사경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제조업의 경우에도 제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제조는 영업과 운송, 판매, 세무에 대한 개념의 정립이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경영적인 학습이 선행이 되어 이를 바탕으로 경영자의 지위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의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전부 다 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의사의 대부분은 인턴, 레지던트, 봉직의 재직이라는 과정에서 진료라는 곳에 국한된 업무에 전념하여 질 수밖에 없고 경영이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습득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것은 의사라는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병의원을 개원하기 위하여 예전 같으면 건물임차, 인테리어, 의료장비, 직원선발 등 하드웨어적인 제반여건을 조성한 것으로 충분하였다면 이제는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즉 경영에 대해서도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구슬리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장비와 직원을 갖추고 있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결과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이 너무나 뻔할 것이다. 지금은 많이 변하여서 우리나라에서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경영에 대하여 전부를 논할 수는 없지만은 효과적인 경영전략에 대하여 그동안 필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가지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1. 우선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그전에 필자가 만났던 많은 원장들이 가장 우를 범하기 쉬운 것은 자만심이다. 대부분의 원장들이 경영에 대한 별도의 전문적인 교육이나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장들은 자신이 경영에 최고의 적격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원인이 무엇일까?
그것은 그동안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등생 중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안에 들어야 입학할 수 있는 의대에 입학하고도 다른 과목전공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노력과 실력을 갖추어야 졸업과 의사가 될 수 있는 자격제도에 있다. 때문에 의사는 우리사회의 일반기준과 비교하여 대부분이 인정하는 최상위의 전문가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면 아니될 것이 바로 이 전문성이다. 의사로서 본연의 진료부분에 전문성을 갖추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별도의 경영에 대한 교육이나 경험의 시간을 갖추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로서가 아닌 한 기업의 경영자로서 경영에 대하여는 초보자로서 처음부터 배운다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성공하였다는 원장님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가끔 원장님들에게 농담삼아 하는 말이 있다. 즉, “원장님이 10여년동안 의사가 되기 위하여 의술을 배우던 시간에 저는 의술 대신에 경영을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경영에는 누가 전문가입니까?” 라는 것이다.
2. 효율적인 투자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필자와 알고 있는 성북구의 한 원장은 매일 하루하루가 피로하다. 개원 전에는 한 달에 한번이라도 필자와 술자리를 가지곤 했는데 개원 1년이 지난 지금도 일에 치어서 잠시의 짬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장의 하루일과를 살펴보았다.
아침 8시, 출근과 동시에 예약환자 확인하고 진료준비에 정신이 없다. 오전진료가 끝나고 점심시간,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공과금 납부겸 은행에 뛰어간다. 늦으면 점심을 건너뛸 수 있기 때문이다. 바쁜 오후 진료가 끝나고 직원들이 퇴근 준비를 하는 동안 원장은 오늘 하루 마감에 바쁘다. 간호사가 건네준 현금과 카드영수증, 정산표를 진료기록를 대조하여 일일결산을 한다.
오후 7시, 결산이 끝나고 직원들이 퇴근 후 원장은 다시 PC앞에서 홈페이지에 달린 문의사항에 답을 한다. 월말이 다가오면 이러한 일과가 더욱 바빠진다. 직원들 급여 챙기랴, 영수증 모아 세무사에 전달하랴. 물론 이러한 경우가 일부분의 원장들에 한정 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고 사무장을 두고 있는 경우는 사무장의 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진료외의 업무에 지쳐버리면 본연의 업무인 진료에 과연 얼마나 충실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의심을 아니할 수가 없다. 원장 본인이 피로하고 지친상태에서 과연 얼마나 환자에게 집중하여 케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서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투자의 효율성이다. 목돈을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원장의 시간을 어디에 어떠한 방법으로 투자하느냐의 문제이다. 잘 모르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는 과감히 전담직원을 채용하던가 아니면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시간의 투자에 효율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직접 투자하느냐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하느냐에 따른 수익성이나 위험성이 확연히 차이가 나듯이 업무의 특성을 파악한 원장 자신의 시간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3. 초기 3개월을 잡아라.
‘가식적으로 느끼더라도 환자는 보다 친절한 서비스를 원한다’라는 말이 있다. 옛날 혹자는 ‘환자는 길들여야 된다’라고 말도 하였지만 이제는 환자를 감동시켜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서비스나 직무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원장들이 서비스나 직무교육의 부재로 초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특히, 초기에 직원들간 형성된 잘못된 직장에서의 매너리즘(mannerism)은 한번 고착화 되면 쉽게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개원초기에 다소 비용과 시간적으로 무리가 가더라도 올바르게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나쁜 습관은 쉽게 고착화되고 한번 고착화 되면 쉽게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개원초기의 개원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초기의 개원효과를 지속하기 위하여는 초기 3개월안에 우리 병의윈에 대한 좋은 인식을 고객에게 각인시켜야한다. 한번 고객에게 잘못 인식된 그 병의원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고 구전을 통하여 생각보다 빠르게 널리 전파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말이다. 따라서 초기 3개월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향후 병의원 경영성패의 중요한 기로가 된다. 초기 3개월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4.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미쳤나 나라에 세금을 바치게? 외제차나 한 대 뽑지뭐…” 라는 소리다. 물론 소득의 차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부 원장들이 절세(?)의 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외제자동차 리스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소리처럼 들리나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국가적인 애국심에서의 발로가 아니더라도 원장 본인의 미래를 위하여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같은 절세(?)의 효과라도 이를 외제자동차리스가 아니라 직원이나 원장의 교육, 연수 등에 지출하거나 시설에 투자하여 투자세액공제 등을 활용한 절세효과를 거둔다면 장기적인 병의원의 경영에 미치는 효과는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의료환경의 변화가 급격하리라 예측되는 시점에서는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이 미래에 대비한 지적, 물적인 투자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10년, 20년을 대비하는 원시안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 수 있다.
5. 변화에 대비하여야 한다.
이전에 필자가 이 지면을 통하여 ‘MSO는 무엇인가’라는 컬럼을 게재한 바가 있다. 비록 MSO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이 작년에 여러 이해단체간의 알력으로 무산되었지만 최근 보건복지부가 이를 다시 추진하려고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MSO가 현실화 된 후의 의료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이고 대부분의 연구기관에서 예측하듯이 앞으로 3~4년 후 의사의 과잉공급과 이로 인한 부작용은 어떠할까?
문제는 경쟁력이다. MSO가 정착화 된다는 것은 의료시장의 구조가 수평, 수직으로 개편되어 짜여진다고 볼 수가 있다. 이는 경쟁력있는 병의원은 상위위치나 주도적인 위치에서 그 지위를 누릴 것이고 반대일 경우는 그 하부조직에서 지시를 받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변화에 대비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현재의 의료계를 살펴보면 그 변화의 속도가 예상보다도 빠를 것 같다. 자칫 소홀히 하거나 무시해버려서 경쟁력을 잃게 되면 도태되어 버리는 시장논리가 의료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6. 리더는 항상 공평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월급이 적다고 불평인 직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공통점이 있다. 내가 월급을 적게 받는다는 인식은 항상 외적인 면보다는 내적인 면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나의 월급이 적다는 인식은 외부 다른 병의원에서 찾는 것보다는 직장내 나와 동급이나 비슷한 직급의 동료들의 월급과 비교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절대적인 기준이기보다는 나의 상대, 즉 직장 동료와의 상대적인 비교에 의하여 내가 이 직장에서 인정을 못받고 있다는 불만이 표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리더는 항상 공정하게 아니면 적어도 공정하다는 느낌이 나도록 행동하여야 한다.
어떤 의원의 경우 주변의원보다도 월급이나 복지가 평균적으로 높은데도 이직율이 높은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러한 내부적인 불평등인식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리더로서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이 중요하다. 모든 인사고과나 직무배치, 상여금 등에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을 정하여 실행하여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우려(?)스러운 원장은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원장이다.
본인이 기분이 좋으면 뜻하지 않는 간식에 보너스(?)까지 챙겨주다가도 기분이 나빠지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거칠게 행동하는 원장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 경우 직원들이 당장은 원장 앞에서 비위를 맞추려고 마음에 맞는 행동을 하지만 가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결과적으로는 근무효율을 떨어뜨리고 결국 그 병의원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진료를 잘하는 원장이 경영도 잘한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어떻게 보면 경영은 마라톤과 같이 인생의 축소판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단편적인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항상 노력하면서 자신의 능력이나 취향, 경험등을 바탕으로 최적의 경영모델을 만들고자 한다면 의사로서 또한 훌륭한 경영자로서 이 둘을 겸비한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의사겸 경영자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