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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대학병원 몰려드는 경기남부, 병의원 “무섭다””

경기도醫 토론회 “경쟁가중-인력부족으로 위기의식”


경기남부에 대형병원들의 개설 소식이 속속 들려오면서, 이 지역 병의원의 경영위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남부의 기존 병의원들은 기왕에 노정된 경영난에 더해 ‘골리앗과 싸워야 하는’ 경쟁요소 부족, ‘블랙홀 대형병원’에 빼앗길 의료인력난(간호사, 의료기사 등) 등으로 벌써부터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 의료계의 현황과 과제; 의료기관 적정화 방안’ 토론회에 참가한 정영진 병협 상임이사(용인 강남병원장)은 용인에서 중소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을 대변한다며, 대형병원 증설 경쟁으로 △대형병원 대비 경쟁력 상실 △전문의사 간호인력 의료기사 행정요원 등의 인력난 등을 우려했다.

정 이사는 또 △병상 과잉공급에 의한 비효율성 및 이로 인한 추가적 의료수요 창출 △종병 가산료, 특진료 등에 의한 의료비 수직상승 등의 부작용이 예견된다며, 의료기관 설립계획 재검토 및 의료인력 양성 대책을 관계 당국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신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본부장도 “의료기관의 건립은 먼 훗날까지 예측해야 하는 신중한 작업이며, 외형적인 측면에서 ‘좋다, 도움이 된다’ 라고만 판단할 일이 아니라 실제로 지역주민에게도 도움이 되는지 재고해 봐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의료기관들은, 이른바 ‘서울로 가던’ 환자를 잡고, 기존 의료기관의 경영에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는 윈-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그는 미국에서 의료기관 신증설시 검토하는 CON(Certificate Of Need)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의료기관 개설시, 보다 실효성 있는 계획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는 이 제도가 ‘또다른 진입장벽’으로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제한하는 용도로 악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경기도의사회(회장 윤창겸)와 경기도병원회(회장 백성길)가 공동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윤창겸 회장은 “최근에 발표되는 경기 남부의 종합병원 신-증설 계획으로 이 지역 1차 의료기관은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 자리가 대형-중소 의료기관 간의 상생의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 주민의 의료이용에 도움이 되는 의견을 마련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기 남부지역에는 서울대(오산), 연세대(기흥 동백세브란스), 경희대(용인 기흥 및 안산시), 한림대(동탄 신도시), 다보스종합병원(용인 김량장동), 을지병원(수원 영통지구), 성균관대(평택 고덕 신도시), 성남시(시립병원) 등이 도합 5,500~6,000 병상 규모의 대형병원 건립계획을 발표, 혹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자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대형병원이 들어오면 입원환자 뿐 아니라 외래환자의 의료이용 행태에도 극적인 변화가 예상되며,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적 특성상 1차 의료기관의 경영에 상당한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미국조차 의료기관 증설에 대한 규제가 상당한데, 우리나라는 의료에 대한 모든 것을 규제하면서 왜 의료기관 증설문제만 시장논리에 맡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1차 의료기관이 몰락하면 의사만 몰락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도 의료접근성이 훼손되고, 전반적인 의료비 상승으로 인해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병상 증설 등을 계획할 때 의원급 기관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기홍 아주대 예방의학 교실 교수는 대형병원 증설이 오히려 기존 대형병원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제한 후 ‘위기는 곧 기회’ 라는 사고로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들의 개설소식이 이어지는 것은 ‘시장이 있다는’ 반증이라며 전문화-집중화, 신의료기술 개발 및 핵심역량화, 대고객 접점 강화를 통한 충성도 제고 등의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