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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소아과=알록달록, 한의원=점잖게?” 천만에!

“대한민국 의료기관 변신중”…인테리어 고정관념을 벗다

서울 관악구 ㅊ소아과. 작년 초 인테리어 공사를 앞두고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점잖고 단정한” 컨셉, 아이들이 스스로를 ‘귀족’처럼 느끼고 행동하게 하자는 것. 고민 끝에 이를 수락했다.
결과는 대성공. 일단 대기하는 어린이 환자들이 책을 보거나 과자를 먹으면서 ‘얌전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게 되면서 의사도, 간호사도 그리고 보호자도 ‘편해’졌다.



‘쿵쾅쿵쾅’ 뛰어다니지 않아 안전 문제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시설물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적인 면에서도 이익을 보고 있다.

ㅎ한의원은 문풍지 문양의 갈색-흰색 장식이나, 한자 모티브의 벽지를 시공하지 않았다. 고색창연한 약장?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녹색의 모던한 톤을 기본으로, 중앙에 대형 기둥을 연상시키는 포인트를 줬다.
이곳의 모티브는 ‘친환경’과 ‘어울림’. 쑥뜸을 전문으로 하는 점에 착안해, 불과 물의 만남을 형상화했다.

의료기관 인테리어가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있다.



소아과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알록달록’한그림벽지를 걷어내기 시작했고, 중년-노년층이 많이 찾는 정형외과와 한의원은 ‘점잖은’ 티를 벗고 화사한 톤으로 갈아입고 있다.

숙 디자인 장희숙 대표는 이를 “인테리어의 기본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상업 인테리어에서 심미성과 기능성, 그리고 비용효율성이라는 기본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객의 니즈와 눈높이이므로, 고객이 변하면 인테리어도 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아과를 찾는 어린이나 부모들은 최고의 치료효과를 원하기 때문에 어린이를 진정시킬 수 있는 단정한 스타일에 호감을 보인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일부 지역의 한의원이나 정형외과는 중노년 고객들이 밋밋하고 특색없는 정형외과의 공간처리와, ‘한지 질감에 한자 문양’의 한의원 인테리어에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모던하고 화사한 분위기로 변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산부인과는 ‘아이 낳으러 가는 곳’이 아닌 여성고객들이 건강을 챙기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편하게 내원해서 시간도 보내고 정보도 나누는, 그래서 일상 속에 위로를 얻어가는 곳으로 변화를 꿈꾼다면, 인테리어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주고객층의 성향이다. 장 대표는 “모든 정형외과가 똑같이 화사한 톤으로 가버린다면 이것도 또 하나의 고정관념이 될 것”이라며 주의를 환기한다.

단정한 스타일엔 ‘포인트’로 방점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인테리어는 가정집이나 일반 사무실, 혹은 고급 레스토랑이나 카페와 같은 공간과도 차별화되는 면이 많다. 그냥 ‘멋’만 부려서도 안되고,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다른 어떤 인테리어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진료과목 및 특수치료에 맞는 동선계획이 선명해야 하며, 의료기기, 전선, 수도, 설비 등이 효과적으로 가동되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

이들은 심미적인 측면, 의료기관의 분위기를 설정하는 데도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 대표는 “일반적으로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은 고객을 안심시키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데 주력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무겁고 점잖은’ 분위기로 간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가급적이면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좋다는 것.

그는 “고객의 기호가 아닌 자기 스타일만 고집하는 일부 경영자들은 흑색 톤의 무거운 인테리어를 선호하기도 하는데,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아니라면 이러한 시도는 대단히 모험적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ㅇ산부인과는 여성고객의 ‘대리만족’을 키워드로 삼았다. 편하게 내원해서 ‘수다’를 즐길 수 있는 ‘내 집 응접실’ 분위기를 추구하되, 일반 가정에서 구현하기 힘든 고급 인테리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밝고 정갈한 분위기를 유지하되, 벽면이나 전등 같은 곳에는 포인트를 뒀다. ‘눈 한번 돌리면’ 바로 시선이나 생각이 정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취재 및 사진 협조=숙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