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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의료계 이면의 부도덕성 해부하다”

더러운 손의 의사들/제롬 캐시러/양문ㆍ메디컬 스캔들/베르너 바르텐스/알마


의사는 매춘부란다. 공짜 선물을 향해 구름처럼 몰려드는 개미떼들이며 제약회사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란다. 의료사고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의 악담이 아니냐고? 유감스럽지만 미국의 저명한 내과의사 제롬 캐시러의 쓴소리다.

"일부 의사들은 매춘부라고 불린다. 매춘부라는 단어는 매우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후원사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계속 말을 바꾸어 제품을 선전하는 의사를 동료들은 이렇게 부르고 있다."(57쪽)

뻔뻔하고 부도덕한 의료계의 이면을 파헤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더러운 손의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 어떻게 자본과 밀착하고 부패해 가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미국 의료계의 '살아있는 양심'이라 불리는 저자는 정확한 내부정보와 풍부한 임상경험을 도구로 썩은 냄새 풍기는 시궁창 오물을 푹 퍼다 독자 코앞에 들이댄다.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일으킬 것만 같은 역겨운 유착의 냄새.

"2002년 '그림자 영업'이라고 불리는 터무니 없는 판촉형태가 드러났다. 그림자 영업이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 제약회사 직원이 의사 옆에 동석하는 것으로, 의사들은 그 보상으로 하루에 350∼500달러를 받았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를 내보낸 후에 의사와 논의한 영업사원도 있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하는 곳까지 직원이 따라 들어오기도 했다."(86쪽)

책은 가톨릭의대 최보문 교수가 번역했다. 7명의 후배 의사들이 작업에 참여했다. 그들의 고민을 적어둘 필요가 있겠다.

"비록 미국의 현실이라 할지라도 이 책이 의료인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핵심을 가르치는 데에 이 책과 같은 반면교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책을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 것'을, 즉 환자의 우군이 되기 위해 지켜야할 의사의 윤리적 기본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정신이 번쩍 들도록 아프게 찌르며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12쪽)

'메디컬 스캔들'은 전직 의사가 썼다. 독일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딴 저자는 프라이부르크와 뷔르츠부르크 대학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했다. 그는 현대 의학과 의사들의 병폐를 '환자 없는 의학'이라고 압축한다.

"병원에서 일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내 동료는 진심으로 환자를 미워했다. '환자만 없었다면 의학은 훌륭한 학문이었을지도 몰라.' 동료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중략) 그의 가치관에 따르면 환자는 오로지 그를 화나게 하고, 그의 삶을 힘들게 하기 위해 존재했다."(50쪽)

환자를 향한 그들의 증오는 '가벼운 실수'로 이어진다. 물론 사소한 실수가 초래한 사소하지 않은 결과는 그들의 관심밖이다.

"한 번은 수술 부위를 지혈하는 이른바 '복대'를 깜빡했고, 한 번은 어깨 수술을 하다가 수술용 드릴을 부러뜨리는 바람에 거짓 핑계를 대고 재수술로 빼냈다. 또한 사지 연장 수술에 쓰이는 고정 장치를 잘못 박아 넣었고, 감염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216쪽)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얘기일까. 며칠 전 신문을 들춰 볼 것. 유방암에 걸렸다며 멀쩡한 젖가슴을 도려낸 황당한 의료사고는 국내 최고라는 두 대학병원의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