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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획2]약제비적정화 방안 내용별 문제점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처음서부터 재논의 필요

△신약 보험기준 및 가격 결정에 장기간 소요= 적정화 방안 시행이후 신약에 대한 보험기준과 가격을 받으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 평가를 거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가격협상을 거쳐야 한다.

심평원의 경제성평가 검토후 급여결정에 걸리는 기간은 접수후 150일 이내이다. 심평원의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업체는 30일이내에 재평가를 신청하고 심평원은 추가로 120일이내에 재평가해야 한다. 심평원이 보험급여를 결정한 약제에 대해 공단은 60일이내에 협상을 거쳐 보험가격을 결정한다. 가격이 정해지면 30일이내에 심의를 거쳐 고시한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할 때 순조롭게 심평원과 공단을 통과할 경우 150일+60일+30일+ @(정부내 문서처리 기간)이 필요하다. 즉 240일 이상이 필요하다.

만약 이의 제기나 협상 등의 과정이 순조롭지 못하거나 경제성 평가 자료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경우2년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전까지는 3-6개월에 보험급여 기준 및 가격이 결정된 것과 비교하면 최소 6개월, 최대 2년이상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이는 환자가 신약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늦어짐으로써 환자의 불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 의욕 저하 초래= ‘약제상한금액의 산정기준’에서 제형에 대한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 가격을 우대하던 조항이 삭제됐다. 개정전 이 기준의 1조 사항은 제형 개발에 대한 가격우대 정책을 명시하고 있었으나 이 항이 약제비적정화 방안에서는 삭제됐다. 현재 국내제약산업의 활로는 크게 신약개발, 제형개발, 개량신약 등 3가지로 볼 수 있다.

신약개발의 경우 10년동안 1조원이 투입되는 미국의 사례를 볼 때 국내업체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따라서 하루 3번 먹는 약제를 하루 한번 먹는 서방형 등으로 개발하는 것과 같은 제형개발이 가장 유력한 활로였으나 1조 사항의 삭제로 이 같은 가능성마저 사라져 버렸다.

오직 개량신약 등에 의존해 오리지날과 경쟁하는 것만이 남는데 한미FTA 등으로 지적재산권이 강화될 경우 이마저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업체와 다국적제약사간 Co-marketing 봉쇄= 신설된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 및 조정기준’의 1조 라항에는 “최초 등재제품과 Co-marketing하는 제품은 기등재된 제품과 동일가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항에 따라 국내업체가 해당품목에 대한 허가와 보험약가 등을 신청할 경우 이 제품을 최초 등재약제(오리지날)의 Generic으로 보고 오리지날의 가격을 80% 인하토록 했다. 이에 따라 외국업체는 특허가 유지되는 오리지날 제품에 대해 20%의 가격인하를 감수하고 Co-marketing에 나설 이유가 없게 됐으며 이에 따라 국내사는 Co-marketing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제약회사의 사업 예측가능성 ‘시계 제로’= 심평원의 경제성평가와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을 거쳐야만 신약에 대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업계는 10개의 신약중 2-3개 정도만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이 과정에 서로 상충되는 모순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
공단은 심평원의 경제성평가 결과를 통해 신약이 경제성을 갖는 가격대를 확인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이 가격대가 신약에 대한 약가에 준용돼야 한다. 그러나 공단은 이를 협상시 고려사항(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지침 제10조 )으로만 취급한다고 발표했다.

건강보험공단은 대신 ▲대체가능약제 총 투약비용 ▲OECD국 및 대만과 싱가포르의 가격 ▲상대비교가 ▲해당품목의 비교대상 국가내 가격 등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중 ‘대체가능약제 총 투약비용’은 같은 치료군의 기존 generic 가격도 반영돼 최하 수준에 머문다. ‘해당품목의 비교대상 국가내 가격’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과거의 경우 미국의 약 77% 안팎이었다.

이에 따라 공단이 기준으로 삼을 가격의 범위가 너무 넓게 된다. 이 같은 모호함은 약의 예상가격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제약사의 예측가능성을 없애는 결과를 빚고 있다.

△반시장적인 ‘사용량 연동 가격 인하’= 공단은 가격협상시 제출한 예상 사용량보다 30%를 초과해 판매할 경우 이듬해 최대 10%까지 가격을 인하키로 했다. 2년차부터는 매년 전년보다 매출액이 60%를 초과할 경우 가격을 최대 10% 인하한다.

경제성 평가를 통과해 경제성이 인정된 약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지는 않고 오히려 사용량이 많으면 가격을 깎겠다는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 제도는 약제비적정화 방안이 안고 있는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용량 연동에 따른 가격인하의 효과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다국적사 신약의 경우 일반적으로 첫해 5-20억원, 2년차에 50-60억원, 3년차에 1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점을 감안했다.
(예) 시판 첫해 매출액을 10억원(가격협상 매출보다 100% 증가했다고 가정), 2년차를 50억원, 3년차를 100억원으로 보고 인하율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발매 2년차: 가격협상시 예상판매액 100% 초과 => 5% 인하
-발매 3년차: 전년보다 매출액 5배 => 10% 인하
-발매 4년차: 전년보다 매출액 2배 => 7.5% 인하
-총: ((100x 0.95)x 0.9)x0.925= 79 ( 21% 인하)

3년만에 21%의 인하해야 한다면 시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렵게 경제성 평가를 통과해 가격을 받았는데 또 매년 가격이 깎여야 하는 상황에서 외자사가 굳이 국내에 신약을 공급할 이유가 없어지는 이유이다.

△경제성평가 인프라 미비= 기등재약에 대한 재평가로 인해 기존 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필수가 됐다.

정부가 재평가 모델로 삼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2004-2010년 6년동안 2000개 품목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2007-2011년 5년동안 무려 10배인 2만여개 품목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행을 거듭하는 생물학적동등성 검증과 같은 결과가 우려된다.

여기에다 신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내에는 이를 수행할만한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제출된 자료를 평가할 만한 인력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의 다중 규제= 약제비적정화 방안은 각국의 약가통제시스템을 대부분 원용한 조합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경제성평가 따로 가격협상 따로, 수량-가격연동제 등의 다중 규제로 제약회사의 시장환경을 단시간에 급격히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가 주로 참고한 호주의 경우 경제성평가에서 도출된 가격을 원용해 보험가격을 결정한다. 영국은 자유가격제로 하되 제약회사와 일정의 마진을 계약함으로써 업체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내리거나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도에 맞는 독특한 규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성평가와 가격협상을 분리하는 등 여러가지 규제 요소를 혼재시킴으로써 제약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다.

위에서 열거한 다양한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국민의 건강권과 제약산업의 발전보다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에 초점을 두고 태어난 제도여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인프라의 미비에도 불구하고 다중적인 규제를 통해 약값을 통제하면 재정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희망은 증가하는 노인인구와 비급여 약제 증가에 따른 환자의 부담증가 앞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대신 환자들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에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되고 부담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또 제약산업은 다중규제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일부 다국적사의 경우 국내에서 철수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환자, 의료인, 제약산업 모두에게 악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라는 눈앞의 목표를 근시안적인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지금이라도 다시금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