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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약가협상 시스템’이 암-에이즈 환자 죽음 내몰아

희귀질환ㆍ말기 유방암ㆍ에이즈 등 관련 신약 줄줄이 약가 제외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말기 유방암치료제 ‘타이커브’, 백혈병치료제 ‘스프라이셀’ 등 중요 치료제들이 줄줄이 약가를 받지 못해 환자의 의약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 중요 치료제들이 하나 같이 약가를 받지 못한 주요 이유는 회사에서 제기한 약가와 정부에서 제시한 약가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평원이나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기존 치료제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에 부담을 최대한 줄여 최저가에서 결정을 보겠다는 것이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유방암치료제 타이커브의 경우 공단과의 약가 협상도 못해보고 심평원에서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비급여 판정 이유인즉슨 향후 같은 종류의 항암제가 출시되니 그때 가서 다시 경제성 평가를 해 급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항암제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말기 유방암 환자 200여명과 그 가족들은 이런 심평원 처분이 청천벽력과도 같을 것이다.

타이커브의 출시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들 말기 유방암 환자들의 생명 또한 그만큼 단축되기 때문이다.

백혈병으로 글리벡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 중 글리벡 내성 환자들에겐 한국BMS의 스프라이셀 출시를 학수고대 했을 것이다. 이마저도 심평원이 급여 결정을 했지만 건보공단과 회사측의 약가협상이 결렬돼 언제 출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이러한 약가협상 결렬로 복지부의 직권중재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 결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정작 답답한 입장이 되어버린 것은 백혈병 환자와 그 가족들뿐이다.

더욱 충격스러운 일은 한국로슈의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이 현재 약가결정 시스템 이전에 가격 결정 받았지만 본사 가격 정책에 맞지 않아 수입을 포기했으나, 에이즈 환자들과 질병관리본부의 청원으로 심평원이 재 경제성평가 후 약가협상 부분을 건보공단에 넘겼으나 양측의 가격 입장 차이로 약가협상이 결렬됐다.

이 여파로 기존 에이즈 치료제 사용으로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이 새로운 신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제약계 한 관계자는 “이들 치료제의 경우, 그 비용이 건보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수 중증 환자들의 생명은 생각하지 않고 약가협상을 일반적으로 틀어버리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약가를 받게 된다는 예측 가능성이 없게 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희귀질환ㆍ에이즈ㆍ항암제 등의 신약을 국내에 도입하는 일이 힘들어지게 돼 결국 소수의 중증 환자들만 골탕을 먹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치료제와 같은 제품의 급여 협상을 기다리고 있는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이윤이 많이 남아 가져 온 약이 아닌데 약가협상이 자칫 잘못되기라도 하면 약 출시를 기다리던 환자들의 비난과 그로 인한 기업 이미지만 흐려지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제품들 도입이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약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전체적인 시선이 제약회사가 무리한 약가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된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며 이는 현 약가결정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한 정부의 여론 플레이로 모든 죄를 제약사에 덮어씌우고 있지만 을의 입자에선 제약회사로써는 이후 미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오해를 뒤집어쓰고 있어야 하는 입장이라고 불만을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약가를 협상하는 주체들 본인이나 가족이 그러한 병에 걸려야 그 절실함을 알지,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희귀질환ㆍ말기 유방암ㆍ에이즈 등의 환자들 절박한 심정을 십 분의 일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