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대구복음병원 직원 120여명은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온기 없는 병원 로비 바닥에 매트리스만 깐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벌써 120일째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칼바람이 몸과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하지만 이들은 자리를 지킨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지난 5월부터 사실상 병원이 폐쇄된 이후 8월까지 받지 못한 4개월치 월급 3억2천만원을 달라는 것이다.
지난 8월, 농성을 시작할 때만 해도 누구도 이렇게까지 오래 갈지는 몰랐다. 지난 10월 초, 병원이 매각된다는 얘기가 돌 때만 해도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주와 함께 신명나게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들의 소박한 꿈은 단지 꿈이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매각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난 10월, 임금을 체불한 김모 병원장이 매수자에게 개인채무변제까지 요구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고, 결국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복음병원 직원들의 농성 일수는 쌓여 갔지만 누구도 해결의 실마리를 풀려고 하지 않았다. 관할 달성군청은추석 직전인 지난 9월말, 직원들과의 면담에서 "추석 전에는 어떻게든 체불된 임금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 역시 지난 10월 김 병원장을 구속했을 뿐 정작 직원들의 임금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이달 들면서 이들의 농성 환경은 더욱 나빠지기 시작했다. 실업급여 수혜 기간이 끝난 데다 농성 당시 해약했던 적금과 보험금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집에다 생계비를 가져다주지 못해 이혼 위기에 빠진 남자 직원들까지 생겨났다.
김 병원장 측은 이제와서 밀린 임금을 체당금(국가가 추후에 사업주로부터 변제받기로 하고 대신 지급하는 임금및 퇴직금)으로 해결하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직원들은 이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돈도 돈이지만 악덕 사업주의 끝이 어떤가를 반드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복음병원 직원들은 힘이 다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생각이다. 비록 지금은 가족들과 행복한 성탄절과 연말을 보낼 수 없지만. 그리고 병원이 옥포·현풍·화원 지역의 2차 의료기관으로 다시 설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싶다.
메디포뉴스-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유선태 기자(youst@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