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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개원가칼럼]‘사무장 병원에서 생긴 일’

종종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의원을 개설해 줬다가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해 낭패를 보는 의사들로부터 상담을 받는다. 그 중에는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날리고 형사처벌까지 당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현행 의료법상 비의료인의 의원개설은 불법이다.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의원을 개설해준 의사는 면허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두 가지는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병과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나이 든 의사가 한 분 있었다. 자식들은 다 커서 분가를 해 집에서 놀기도 무료하고 직접 의원을 개설해 운영하려니 여러 가지로 신경 쓰이는 것도 많아 의원에 취직해서 일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일자리는 찾을 수 없었을 테고 결국은 사무장에게 고용되어 의원을 개설해준 것이 화근이었다.

몇 년간 그 분은 자신이 원했던 대로 의원 경영에 신경 쓸 필요 없이 환자의 진료에 전념했다. 어느 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조사가 나올 때까지도 그 분은 떳떳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수억 원의 허위, 부당청구. 자신을 고용했던 사무장은 이미 전 재산을 은닉 내지 탕진한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그 분에게 허위, 부당청구를 했으므로 수억 원의 환수금과 그에 따르는 영업정지 또는 환수금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납부하라는 처분을 통지했다. 아울러 9개월 의사면허정지처분도 받았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은 병과되므로 사기(허위, 부당청구 시 형사적으로는 사기로 기소된다)로 경찰조사도 받게 됐다. 물론 사기의 고의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사기로 인한 형사처벌은 겨우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자격자에게 고용돼 일했으므로 여전히 300만원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은 받게 되고 그것은 전과로 남게 됐다.

판례는 의사가 무자격자에게 고용돼 의원을 개설해 주기로 한 약정에 대해 ‘무효’라고 한다. 그 의미는 의사만이 모든 권리, 의무의 주체이므로 의원의 개설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의사가 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세금과 관련된 문제나 위 사례처럼 허위, 부당청구의 문제, 의료기기업체 또는 제약회사와 관련된 모든 법률관계에 따르는 경제적인 책임을 의사가 져야 한다.

직원들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도 있으므로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 의사가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 사용자책임이란 현실적으로는 본인으로서 책임지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때때로 의사를 고용했던 사무장과 원장간에 알력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사무장은 위와 같은 법률관계를 가지고 의사의 면허정지사유임을 들어 협박을 하거나 세금문제로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필자의 생각으로는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묵시적으로라도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면허증 가진 사람이 약자라고 했던가? 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약간의 손해를 보고 사무장의 요구조건에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

일이 커지고 난 후에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결코 사무장 병원에서 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나의 동료이자 선후배인 의사들이 사무장 병원에서 일하다가 당한 일들을 지켜보면서 최소한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소 어두운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