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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개원가칼럼]강남지역 개원, 진정 의사들의 꿈인가?

필자는 1979년부터 현재까지 강남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압구정동 일대가 배 밭이고 강남대로가 비포장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곳에 산 지가 벌써 30년 가까이 흘렀다.

지금의 강남을 되짚어 보자. 버블 세븐 지역의 대표지경으로 집값, 땅값, 임대료, 생활비 등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지역이란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왜 집값이나 임대료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강남지역에 입성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그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교육인프라, 생활인프라, 산업인프라가 잘 갖춰진계획 시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살면 교육이 잘되고, 살기 편하기 때문에 너도 나도 강남에 들어오고 싶어하고, 들어오려는 수요는 많은데 들어갈 곳이 없으니 자연히 수요공급법칙에 의해 가격이 비싼 것이다.

강남에 개원하려는 이유
단지 자리가 대로변이고 건물이 좋아 보인다고 터무니 없는 임대료에도 선뜻 개원하려는 개원의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개원의들은 강남지역만 보고 개원하는 게 아니란 걸 안다.

강남은 전국 상권이고 강남의 배후는 강남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체다. 따라서 ‘강남에 개원했어’라고 하면 ‘너 성공했구나’ 라는 주위의 반응을 들을 수 있고 자신도 왠지 뿌듯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강남지역에 개원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필자에게 입지컨설팅을 의뢰한 개원의들 대부분이 그런 이유로 강남에서 개원을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강남지역 병의원 분포현황
불과 5년 전 아니 3년 전만해도 강남에 개원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원하는 곳에 개원할 수 있는 자리들이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병원자리로 괜찮겠다’ 라고 여겨지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누군가 개원해 있고 한 건물에 같은 과가 여러 개 있는 곳도 무수히 많다.

현재 강남지역에 위치한 병의원 수는 <표1>과 같다.



[표1]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의원 개수이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성형외과 개수이다.

현재 강남지역에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 병원은 402개. 진료과목 성형외과를 표방하는 의원을 합쳐 700여 개의 성형외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 성형외과를 제외한 의원수는 300개 정도 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이유는 임대료 때문이다. 강남지역의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개원할 수 있는 진료과는 성형외과, 치과, 한의원 피부과 등 비보험 진료 위주이거나 아주 명성이 난 개원의, 또는 임대료를 내지 않는 자기소유의 건물이나 분양건물 가지고 있는 원장들만이 강남에 개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치과와 성형외과 현황
강남에 가장 많은 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치과와 성형외과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치과가 가장 많은 곳은 테헤란로를 끼고 있는 역삼동이며 두 번째 역시 테헤란로를 끼고 있는 대치동, 삼성동이다.

그 다음이 압구정로를 끼고 있는 압구정동, 신사동, 청담동이다. 따라서 강남지역 지도를 놓고 봤을 때 압구정로, 강남대로, 테헤란로 변으로 치과들이 많이 분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에 있는 치과들의 사정을 슬쩍 들여다 보면 재료상이나 의료기업체 담당자들의 이야기나 원장들의 이야기로 미뤄 볼 때 생각보다 맘 편한 운영을 하는 치과가 별로 없다고 한다.

새 환자가 하루에 한 명 올까 말까 하고 그나마도 광고 없이는 큰 매출을 올리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성형외과는 압구정역 주변과 강남역 주변으로 크게 양분되고 현재는 압구정역 주변으로 모이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 성형외과 전문의 1600여명 가운데 거의 절반이 강남에 모여있고 그 원장들 가운데 대부분이 압구정역 부근을 성형외과 개원 1순위로 꼽고 있다.

그래서 압구정역 부근의 건물들에는 성형외과가 없는 건물은 보기 힘들고 대로변, 이면 할 것 없이 한 건물에 2개 이상의 성형외과가 입점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덩달아 성형외과가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의 임대가도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도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성공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형외과 시장은 각축장이다.

그 외 진료과들
한의원을 포함한 다른 과들의 상황은 거의가 비만관련, 피부모발관련, 노화관련, 어린이성장 등을 표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피부과, 성형외과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피부, 비만, 노화에 대한 진료들을 다 하고 있고 그러한 진료가 보험 청구되는 본래의 진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보장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러한 진료아이템으로 강남에 개원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강남에 개원하려면
강남만 보고 개원하는 개원의들은 거의 없다. 또 치밀한 계획하에 마케팅 전략을 갖고 개원하는 개원의도 드물다. 대부분이 막연하게 강남에 개원해서 이름 좀 얻어서 프랜차이즈병원으로 확장해야지 하고 개원했다가 빚만 지고 나가는 원장들을 무수히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에는 좋은 조건으로 개원할 수 있는 자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기존 병원을 인수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매물로 나온 병원들도 그 동안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권리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자리임에도 개인사정으로 나오는 매물들을 선별해서 권리금을 주고라도 인수해야 강남에 개원할 수 있다. 그 권리금의 많고 적음은 전적으로 개개인의 판단에 따른다. 대부분의 병원 매물들은 권리금이라기보다 시설비라는 이름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그 시설의 쓰임새는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강남에 개원했다’ 란 말이 ‘의사로서 성공했다’ 란 말과 동일시되는 시대는 가고 있지만 아직은 강남개원은 의사들의 꿈이다.

철저하게 본인의 판단으로, 본인의 노력으로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면 강남에서의 개원은 부와 명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참으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의약분업과 의료시장 개방 등 변화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개원의로서의 입지를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경쟁을 두려워하지 말고 승부를 걸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접근하자. 그러면 꿈은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