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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기획2]정률제 전환, 근본대책 없는 下石上臺

국민들도 큰 피해 입어…일차의료 붕괴 막아야

정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본인부담금정률제를 통해 약 28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은 지난 2월 "2005년 건강보험이 감기를 치료하는 데 쓴 돈은 1조1000억원에 달해 위암, 폐암 등 암 치료에 쓴 돈 1조3000억원과 비슷했다"고 밝혔다.

유 전장관은 “1986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원래 경증환자의 외래 이용을 억제하려고 만든 제도로, 정액 본인부담금은 당시 평균 외래 진료비의 47%에 해당했다”면서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평균 진료비의 21% 수준에 불과한 소액진료비 할인제도로 변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 동안 의료비는 계속 올랐으나 정액 본인부담금은 그에 맞게 상향조정 되지 않았다"며 "여기에 대해 복지부 책임이 크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중증환자 보다 경증환자 우대하는 이상한 제도?

정부의 주장은 현 정액제가 중증환자보다는 경증환자를,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린 가입자보다는 감기처럼 간단히 진찰 받고 며칠만 약을 먹는 환자를 우대하는 제도기 때문에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본인부담금정률제를 통해 절감된 재정을 고액 중증환자를 위해 쓰면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물론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재정확보는 없이 국민들의 호주머니 돈을 털어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진료비 부담이 높아진 국민들이 의원을 찾지않아 병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공단이 혈세를 낭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공단의 구조조정 없이 의사와 국민에게만 고통을 분담하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종근 회장은 “보험료를 6.5%인상하자 시민단체들이 반발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약속을 지키려다 보니 재원이 부족해 환자로부터 더 걷어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보장성 강화는 재원을 마련한 다음에 가능한 것이지 국민들에게 더 걷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말도 안되는 일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의사단체가 힘이 없어 두고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이번 본인부담금 정률제는 의원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전망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피해가 크다. 이번 정률제를 통해 환자들은 의원을 이용할 경우 최대 67%가 증가된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의원들은 환자들에게 받는 돈이 더 많아져 현금운용에는 더 여유가 있을지 모르나 총 진료비는 그대로다.

당장 일차의료기관 이용 빈도가 낮아지고 그만큼 약국을 더 이용한다면 가구 당 진료비는 적어지겠지만 약국의 불필요한 조제에 의해 오히려 더 많은 진료비를 지출할 가능성도 있다.

또 본인부담금 증가로 병원 진료비와 가격차가 많이 줄어들어 병원의 이용률도 높아진다면 역시 의료비지출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앞서 병원들은 “병원급 의료기관 외래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의원에 비해 2~4배 많아 외래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의원급 외래환자 본인부담정률제(요양급여의 30%)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률제 대책, 어떻게 해야 하나?

정률제는 이미 규제개혁위워회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됐기 때문에 시행은 기정사실화 돼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정률제를 막으려는 의료계의 구체적인 노력은 2% 부족하기만 하다. 의협은 보궐선거 체제로 정률제에 신경 쓸 겨를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새 집행부가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정률제 시행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의협 보궐선거에 참여하는 각 후보들도 정률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새로 들어서는 집행부는 정률제 저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개원의들이 참여하는 투쟁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일차의료의 말살은 곧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져온다”면서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 의료시스템을 뒤흔든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