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항과 의료인과 의료법인이 아니면 의료기관 개설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구 의료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 재원재판부(주심 이상경 재판관)는 최근 청구인이 미국 카이로프랙틱의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국내 의사 면허 없이 2000년 5월부터 12월까지 의료기관을 개설해 요통, 척추디스크, 두통 등을 치료하면서 진료비를 받아오다 보건범죄단속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청구한 헌법소원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전면 금지한 것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효율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입법자는 어떤 특정분야에 우수한 의료능력을 가진 비의료인의 지식과 능력을 충분히 검증해 이들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정책의 문제”라면서 “이 때문에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한 것은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에 대해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할 경우 무면허의료행위가 성행하고, 보건의료의 질이 저하되거나 지나치게 영리위주의 과잉진료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영리법인 의료기관은 환자의 무리한 유치, 의료보험 비급여 진료에 치중하는 진료 왜곡, 수요가 적은 전문진료과목의 과소공급, 과잉진료로 인한 의료과소비, 투자자의 자본 회수 및 이윤배당 등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며 의료법상 영리법인 금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헌재의 이 같은 판결은 카이로프래틱을 포함해 반영구화장, 스포츠 마사지 등 의사 면허 없이 사설기관에서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후 유사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이란 점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앞으로 교육부의 민간자격증 개혁 방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대의견을 제시한 권성, 송인준 재판관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의 공급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국가의 개입은 원칙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고,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인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막는 것이 의료의 질과 의료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나 영리법인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지식과 자본의 공개적인 결합을 통해 개인의 기업활동 영역과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에게는 더 많은 의료기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의료인에게는 더 많은 연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환 기자(chlee@medifonews.com)
200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