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수
최근의 의료과오소송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환자측이 의사로부터 의료행위 내용이나 발생 가능한 부작용, 후유증 등에 관한 사전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의사의 법적 책임을 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의료행위는 환자의 건강증진 및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을 목적으로 실시되지만, 본질적으로 인체에 대한 침습을 수반하므로 모든 의료행위가 정당행위로 평가되어 해당 의사의 법적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의 의료행위가 정당행위로 평가되는 위해서는 의료행위 전 반드시 충분한 사전설명을 해야 하고 환자는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와 받는다면 어느 범위까지 받을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한 후 이에 동의한 경우이다.
의료과오소송에 이러한 설명의무위반이론이 도입된 것은 환자측의 입증을 경감시켜주고 자하는 입증경감이론에서 출발하였다.
의료과오소송 초기에는 환자는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직접 과실을 입증하여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전문가인 또 다른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 내지는 폐쇄성으로 인하여 입을 닫아 버리는 이른바 “침묵의 공모현상”(Consipracy of silence)으로 인하여 의사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의료과오소송이 자꾸 지연되고 사실관계의 확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법원은 의사의 도움없이 재판을 진행할 방법을 모색하였고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이를 완전히 이해한 환자가 사리에 맞는 동의를 하지 않았으면 불법의료행위가 된다고 하는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이론을 근거로 의사의 과실을 판단하게 된 것이 그 배경이 된다.
이 후 설명의무의 범위문제를 의학적 관점에서 법률적 관점으로 판단하게 됨에 따라 의사의 조력 없이도 의료과오에 대한 판단을 법원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의료과오소송의 주된 쟁점으로 의사의 설명의무가 대두되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은 한정된 시간 내에 많은 수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과 충분한 면담시간을 가질 수 없으며 설령 사전에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였더라도 의료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의사의 설명부족을 문제 삼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가 의료진을 설명의무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못한다.
의료진은 환자가 의료행위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여야 하며 설명의 근거로서 의무기록지에 상세하게 기재하는 것이 훗날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최근 판례의 경향 역시 의사의 과실책임의 인정근거로 설명의무 위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어지므로 설명의무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