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발생시 대처 방법(3)

 
 
    양염승 굿모닝서울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의료사고 발생시 유의사항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는 자신들의 부정확한 기억에 근거하여 사고경위를 확대, 과장하게 된다. 이에 부천종합법률사무소 이동훈, 이양원 변호사(전화: 032-323-2204)의 자문을 얻어 우리 의사들이 유의하셔야 할 부분을 제시해 본다.
 
(1)성급하게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의료사고에 대해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는 부정확한 기억에만 근거하여 사고를 사실 그대로 보지 않고, 확대, 과장하게 된다. 따라서 소송으로 나아갈 경우 실제로 입증할 수 없는 주장이나 사실을 나열함으로써 소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피해자인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소송과는 달리 의료소송에서는 입증책임이 의사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와 소송 진행 속에서 섣불리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이를 쉽게 인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고 발생당시는 물론 사고 발생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요즈음은 환자측이 의료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의사와의 면담을 요청하여 몰래 상담내용을 녹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 의사가 자신의 책임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는 식으로 언급을 하게 되면 여지없이 이를 증거로서 제출하게 된다. 따라서 성급하게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시는 것은 피하셔야 할 것이다.
 
한 예로 종합병원에 근무하던 모 의사는 2000. 11월경 20대 초반의 여성 박모씨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일리자노프와 골수강내금속정을 이용한 “외내고정복합치료술”을 시행하여 위 여성의 신장을 늘리는 수술을 시행하였다. 수술을 시행한 양하지 중 좌측하지부분에 일부 마비증상이 발생하였고, 모 의사는 여러 원인을 분석하여 슬관절 부위의 고정핀이 신경을 압박할 수 있다는 생각 하에 고정핀을 제거한 후 재설치 등 최선의 조치를 다하였는데, 그 후 좌측하지부분의 신경마비증상은 차차 호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위 여성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의료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증거로서 의사와의 이메일과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 주된 내용들은 모의사가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 나머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위 증거들로 인해 이 소송에서 의사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쟁점조차 되지 아니하고, 과실은 인정되고 다만 책임제한이 어느 정도인지만 쟁점이 되었다. 그러나 이메일과 녹음테이프가 없었다면(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증거만 없었다면) “의사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부터 쟁점이 되어 충분한 방어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2)진료기록을 잘 보존하고, 의료사고 발생시 처음부터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작성되는 진료기록(의사지시서, 간호기록, 수술기록, 마취기록, 수혈기록, 혈액검사기록, 수술동의서 등)은 의료법상 그 일시를 특정하여 최대한 상세하게 기록하고 이에 대해 기록자의 서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원할 경우 진료기록사본 일체를 교부하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문제는 환자 또는 보호자는 이러한 진료기록 자체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고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 주의를 요한다.
 
가.진료기록을 분실했을 경우의 불이익
의료소송의 경우 일반소송과는 달리 많은 부분이 의사에게로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이는 의료행위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쪽은 의사측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의료소송의 특이성으로 인해 진료기록이 일부 분실되거나 누락되는 경우 재판 전체의 진행과정에서 판사는 의사에게 불리한 심증을 가지게 된다. 의료행위상 과실이 없음을 의사가 입증을 하여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진료기록이 분실되었다면 의료행위상 과실없음을 입증할 방법이 전혀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진료기록보관에 세심한 주의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나.진료기록의 내용 중 삭제 및 수정을 자제해야 한다.
의료소송에서 원고인 환자측이 진료기록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되는 가장 많은 경우가 진료기록 상 삭제를 한 부분이나 수정을 한 부분이다. 의사 또는 병원측의 입장에서는 수많은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여건 상 진료기록상의 오기를 바로 잡는 방법이 특별히 없을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료기록의 내용을 삭제 및 수정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진료기록의 내용은 둘째치고 삭제 및 수정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진료기록의 위.변조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다.진료기록 상 시간의 기재를 정확하게 하실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보면 진료기록 중 의사지시서에는 일자만 기록하고 “시간”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간호일지에는 간호사들이 자신의 행위의 일시까지 정확하게 기재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주체는 의사이고, 최종적인 책임 역시 의사가 부담하게 되므로 의사의 판단 및 지시 일시는 가장 쟁점이 되는 사실관계이다. 따라서 번거로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사지시서를 기록하는 경우의 일시를 “시간”까지 특정하는 것이 분쟁의 소지를 하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라.수술동의서 이면첨부시에도 환자측의 서명을
의료소송이 제기되면 환자측은 거의 예외없이 의사들의 설명의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현실적인 설명과정의 한계,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일부 설명이 미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의사가 충분한 설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측은 그러한 설명은 들은 바 없다는 식으로 부인하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명의무위반이 인정되는 경우는 주로 수술, 투약, 주사시 그에 대한 부작용 내지 합병증에 대한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는 경우인데, 특히 수술의 경우 해당 수술의 부작용 내지 합병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을 주장한다. 문제는 의사가 환자로부터 수술동의서를 작성할 당시, 수술목적, 수술과정, 부작용, 합병증 등 설명을 하면서, 필요한 경우 백지를 사용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고 이를 수술동의서에 첨부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러한 경우 환자측은 첨부된 이면은 본적도 없다고 부인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수술동의서에 이면을 첨부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이면에도 환자측의 서명을 받는 것이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할 것입니다.
 
(3)보호자의 수술동의가 지연될 경우 정황 확보를 해야 한다.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신체에 대해 침습행위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터라 수술을 시행하기 이전 환자측의 동의가 필요하다. 물론 환자측의 수술동의만으로 의료과오에 대한 면책이 되지는 않다. 그런데 종종 환자측의 수술동의가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주된 경우는 환자에 대한 수술이 진행되던 중 예기치 아니한 상황이 발생하여 환자에 대해 종래의 수술 외에 별개의 추가적인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환자의 보호자는 의료진에 대해 불신의 감정을 표시하면서 추가적인 수술에 대해 수술동의를 지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은 의사는 보호자를 설득하는데 전념하게 되고, 수술은 자연히 지체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차후에 소송과정에서 추가적인 수술이 지연된 부분에 대해서도 모두 “의사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경우이다. 의사로서는 충분한 설득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억울한 경우입니다. 이러한 억울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즉 녹음이나 비디오 촬영 등을 통해 수술이 지연된 이유가 의사가 수술을 지체한 것이 아니고 환자측의 수술동의가 늦어져서 수술이 지체된 것이라는 정황을 확보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4)원인불명의 주장의 자제
의료사고 중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하여 의료소송으로 나아간 경우, 의사는 당황하여 의료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막연히 최선의 의료행위를 다했음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하였다거나 현대 의학으로도 알 수 없는 원인불명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의료소송의 특성으로 인해 환자측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의료행위의 과실을 주장하고, 의료행위이전 환자에게 특별한 건강상 이상이 없었음을 입증하면, 의사측이 “의료행위 과정상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여야 하므로, 막연히 처음부터 원인불명이라는 주장이나 불가피성으로 인한 면책주장을 하기보다는 의학교과서, 학회지 및 학술논문 등의 증거를 수집하여 그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을 하고, 그러한 분석에 근거하여 의료행위 과정상 최선의 의무를 다하였고,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였으나 이는 현대 의학으로도 미리 예견하여 처방할 수 없음을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5)기왕증에 대한 정확한 탐문
응급환자인 경우 혹은 타 병원에서 치료도중 상태가 악화되어 전원되어 온 환자의 경우 병원에 이송되었을 당시의 환자의 상태에 대하여 정확한 탐문을 하여 이를 진료기록에 상세히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의 치료를 맡게 되면 호전될 가능성만을 생각하고 환자가 전원 올 당시의 상태보다는 전원 온 이후의 치료과정만 상세한 기록을 하게 된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었을 경우 환자측은 이전의 환자의 상태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의사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전원 올 당시의 환자의 건강상태, 과거병력을 상세히 기록해 두지 아니하면 환자의 기왕증에 대한 책임까지 부담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즉, 병원에 전원 올 당시의 환자의 건강상태, 과거의 병력 등을 명확히 진료기록 상 남겨두어야만 차후에 치료결과가 예상한 방향과 달리 진행되어 의료소송으로 나아가더라도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6) 형사고소에 대처하는 요령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측은 일차적으로 많은 금액의 보상을 요구한다. 그러나 병원 또는 의사측이 제시하는 금액이 불만족스러운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이다. 형사고소를 하는 시기도 다양해서 의료사고가 발생한지 얼마되지 않아 제기하는 경우도 있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시점에서 동시에 형사고소를 제기하기도 하고, 심지어 민사소송의 1심, 2심에서 원고청구기각이 나오자 상고를 제기하는 시점에서 형사고소를 제기하기도 한다. 형사고소에 대하여 실제로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낮으나 관할 경찰서 및 검찰청에서 수회에 걸쳐 피의자신문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 의학의 문외한인 수사기관은 의료행위과정을 하나하나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므로 1회의 수사시간이 거의 하루종일 걸리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러한 경우 의사로서는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 진술서를 작성하여 미리 제출하게 되면 수사기관에서 처음부터 진술하는 경우보다 수사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진술서의 내용 중 의사에게 불리한 부분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으므로 변호사와 의논을 하여 법률적으로 문제되는 점에 대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진술서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7)환자의 무력행사 및 업무방해행위에 대처하는 요령
대부분은 의료사고 발생시 무력행사 등을 통하여 업무를 방해하는 일까지 나아가지 않으나 감정이 극도로 악화된 환자측의 경우 의사에 대한 위력을 행사하거나 병원을 점거하여 농성을 벌이는 등 업무를 마비시키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요즘에는 매스컴을 통해 1인시위라는 형식을 빌어 병원 입구 부분에서 악의적인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관할경찰서에 신고를 하게 되면 출동한 경찰관은 환자측을 제지하지 아니하고 신원만 확인한 후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환자측은 더욱 기세등등해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것인 양 계속된 행위를 하게 된다. 따라서 위력을 행사하여 기물을 파손하거나 의료관계자에게 폭행을 행사하는 경우는 “진단서나 파손된 기물”을 확보하고, 농성이나 1인 시위에 대해서는 “사진이나 비디오로 촬영”을 하여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후 정식으로 고소를 하여야 한다. 고소가 되면 수사기관도 피고소인을 소환하여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소환되어 수사를 받은 환자측은 형사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전과 같은 무력을 동원하는 방법 등은 자제하게 된다. 그 후 민사적인 부분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 것이다.
 
한 예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모 의사는 2002. 4월 5일 경 20대 중반의 여성 이○○에 대한 코성형수술을 시행하였다. 이 여성은 6개월 정도가 지나서 부작용이 발생하였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합의금조로 5천만원을 의사에게 요구하였다. 그러나 부작용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 코 끝의 일부분이 변형된 것으로서 외관상 크게 문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였고, 모의사는 재수술비용 및 위자금으로 1천만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하였다. 문제는 제시금액에 만족하지 못한 환자측이 병원 입구에서 수술에 관련된 사진과 비방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작성하여 “1인 시위”를 하고 병원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이다.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하여도 경찰은 잠시 인적사항만 조사하였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모의사는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1인 시위현장을 촬영하여 그 여성을 “공갈 및 업무방해혐의”로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였다. 그러자 다음날 여성측에서 합의를 하자며 접촉을 해와 1천 5백만원에 합의를 하고 김○○의사는 여성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였다. 
 
 
글을 마치며
과거에는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소송까지 제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의료소송 결과 환자측인 원고가 승소하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으며,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의료행위의 특성을 고려하여 책임을 제한하면 승소 금액 역시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일반인들의 지적수준 및 권리의식이 날로 높아져 의료소송을 제기한 사건 수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고, 의사의 과실을 주장, 입증하는 방법 역시 점점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의사도 과거의 위치만을 생각하고 소홀이 대응한다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결국 앞으로는 의료행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