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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해에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권오주(권오주의원 원장)
 
 
이제 6.25동란을 경험한 세대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6.25동란과 이승만정권의 정치적 혼란에 의해 ‘엽전이 별 수 있나?’라는 자괴감과 니힐리즘에 빠져 있던 많은 젊은이들이 6~70년대에 독일로는 광부와 간호사로 한반도를 떠났으며, 또한 좀 더 고급인력들은 신천지 미국으로 취업차 떠나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러한 정서는 한강의 기적 성과가 어느 정도 가시적으로 나타났던 80년대 한때에는 이민의 역조 현상이 잠시 나타나기도 했었다. 그래도 90년대 초까지에는 매년 새해를 맞게 되면 희망과 장래에 대한 설계를 세우느라 연말연시 때마다 부푼 꿈과 기대를 대부분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90년대후반을 거치면서 특히 최근에는 장래에 대한 꿈(필자의 연령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이 엷어지게 되었으며, 오히려 내년에는 어떻게 지날까하는 걱정이 앞선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많이 듣게 된다. 특히 의료계에 있어서는 대학시절과 졸업 후 전문의 수련시기까지에는 의사라는 장래의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막상 험난한 이 사회에 첫발을 들여 놓자말자 꿈은커녕 현재를 걱정해야 하는 어두운 소문을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된다.
 
90년대 이후 컴퓨터의 발달 때문인지 연말마다 선동적이고 찰나적인 이벤트 행사는 많지만, 자신과 이 사회의 장래에 대한 꿈은 별로 없어져 보인다. 이러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장래에 대한 꿈이 없으니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어, 안타깝게 느껴진다. 특히 정권이 5년마다 교체되면서 개혁이라는 구호의 되풀이는 결과적으로 이제까지 꿈꿔 왔던 내일에 대한 설계를 재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안타까움이 반복될 뿐이다. 때문에 개혁피로라는 새로운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정권이야 어떻든 앞으로의 의료계는 의료보험에 의해 운명이 지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의 의료보험 정책이 그대로 지속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의료계는 불원간 더욱 고사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의료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는 결과이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 때문인지 한번 냉정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의료보험재정을 구실로 시민단체를 앞세워 협공을 하고 있고, 의료계는 왜곡되게 운영되어지고 있는 의료정책과 의료보험행정 때문에 속으로 부글거리는 내연상태가 언제 다시 폭발될는지 모르는 불안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내연의 원인을 되돌아본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정책이나 의료보험정책이 과거의 의료불균형 극복에 중심을 두었던 6-70년대의 의료정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당시의 잣대로 현재의 의료를 재단(裁斷)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70년대와 현재의 의료, 그리고 의료주위 상황의 변화된 모습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의료주위환경의 변화를 간추려 보면
①국민연령분포의 변화 : 만혼(晩婚), 저출산, 6.25동란이후의 제1기 베이비 붐 세대의 노령기 진입 등 요인에 의해 소자노령화사회로 진입되고 있다.
 
②국가경제성장 대비 의료계의 상대적 빈곤 : 70년대 대비 국가경제성장은 800$에서 13,000$대로 16배 증가했지만 의료보수는 7.6배로 상대적 성장이 50%미만에 지나지 않는다.
 
③규제와 통제에 의한 의료보험정책 : 의료가 공공성이라는 이유로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한 기술적 배려는 없이 재정적 통제와 의료행위의 행정적 규제만으로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음)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의료내부적 문제를 간추려 보게 되면,
①의료 인력의 급격한 증가 :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8-90년대에 그 반이 넘는 22개가 정치적으로 증설된 결과 이 세대가 폭발적으로 사회에 진출되기 시작한 것이 2000년이며, 그 당시의 연령계층별 의사수를 보게 되면 30대이하가 57.3%를 차지하고 있었다.
 
②전문의 과잉 : 625동란이후 군 전문의 요원 양성을 목적으로 시작된 전문의제도(Kim's Plan)는 바람직한 전문의 양성보다는 종합병원 운영에 값싼 의사인건비로 대체하는 경영적 측면으로만 치중한 결과 현재는 전의사의 전문의화로 국민에 대한 의료공급체계의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③질병구조의 변화 : 식생활의 개선과 주거생활의 향상, 그리고 예방접종의 발달로 질병의 양상이 급성에서 만성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특히 가령에 의해 병발되는 생활습관병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그 결과 재활과 요양문제가 더 크게 이슈화되어 가고 있다.
 
④건강개념의 변화 : 이러한 의료와 생활여건의 변화에 따라 건강에 대한 개념도 변화되고 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의사회의 역할도 기존의 질병에 국한하여서는 안되고 예방으로부터 질병, 재활, 요양, 호스피스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최근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문제는 앞으로 세포단위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더 넓어져 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삶의 질(well-being)문제도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⑤잘못 운영되어지고 있는 의료보험제도 : 현재의 의료계 위기의 원인은 잘 못 운영되어진 의료보험제도에 귀결된다. 규제와 통제, 의료현실과는 거리가 먼 의료보험 수가제도, 원칙 없는 급여와 비급여 운영 등 거론하자면 끝이 없다. 이러한 미숙한 의료보험제도의 운영으로 결과적으로는 의과대학생 시절 이상적으로 배운 의학이 실제 의료보험제도하에서의 실행에 있어서는 왜곡된 의료로 정착되어지고 있다. 그 결과는 의사의 자부심을 불식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과 의료사회와의 갈등을 더욱 더 조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와 의료주위 상황에 많은 변화가 닥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나 의료계 역시 과거의 70년대의 의료정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정체성이 오늘의 의료 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년도에는 모든 지혜를 한데 모아 희망과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새해맞이 분위기를 되살리는데 힘을 모아야 하겠다. 특히 신년도에는 의료계의 모든 의사회 차원에서 임원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에 이러한 중지를 모을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겠다. 꿈을 가질 수 있는 의사사회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