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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보완대체의학, 한국에서 어떻게 정착할수 있나?

대한보완대체의학회


 
이성재 대한보완대체의학회 이사장
 
 

지난 수십 년 간 현대의학은 대중화되어 놀랄만한 발전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만성질환 치료에서의 정체, 환자를 전체적 유기체로 보지 않는 지나친 전문화와 부분화, 치료의 기계화, 고비용, 저효율로 인한 의료재정의 고갈 등 현대 정통의학의 한계성과 많은 문제점들이 알려짐에 따라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의학의 필요성이 환자들에 의하여 요구되고 있다.
의료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조차 1990년도 보완대체의학적 치료를 받은 환자의 수가 3분의 1에 해당하며, 더욱 놀라운 것은 2020년경에는 그 수가 3분의 2에 해당할 것이라 한다.
 
제도적 측면에서 공영의료기관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운영되고 있는 영국에서는 보완대체의학의 주류인 Phytotherapy, Acupuncture, Homeopathy 등 여러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치료비가 국가 의료보험에서 오래 전부터 지불되고 있다. 최근,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1999년에는 보완대체의학를 찾은 환자만 해도 5 백만 명에 이르며 사용된 비용만도 23억 1,800만 파운드에 달하고 있다.
 
프랑스는 40%정도의 의사가 보완대체의학의 대표인 Homeopathy을 현대정통의학과 더불어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치료로 사용되고 있는 전체 의약품 중 약 25%가 동종의학 약품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침술, 향기요법 등이 정식 치료법으로 인정되어 의과대학에서 교과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의학과 병행하여 보완대체의학의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발달되어 있는 독일도 대체의학의 주류인 Phytotherapy, Acupuncture, Homeopathy 등 여러 보완대체의학에 대하여 국가의 의료보험이 지불되고 있다. 2001년도 보고에 의하면 현대정통의학과 보완대체의학을 병행하여 치료하는 의사의 수가 전체 의사의 4분의 3 이상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밖에도 대학을 포함한 여러 연구기관들에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보완대체의학에 사용되는 진단용 기계나 치료 기계의 개발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뮌헨 의과대학과 공과대학, 베를린의 훔볼트 대학 등이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이태리 등에서도 보완대체의학이 현대 정통의학과 병행하여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의 욕구와 인식의 변화로 인하여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현대 정통의학의 의료제도와 정책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정통의학의 종주국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의 나라에서 현대의학의 한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받아들여 의료제도와 정책을 수정해오고 있는 일은 벌써 오래전부터이다. 이제는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CAM:보완대체의학)이 아니라 Integrated Medicine(융합, 통합의학)이라는 적극적 개념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추세와 같이 공통적인 점은 국내에서도 보완대체의학을 찾는 환자들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정서상 보완대체의학에 의존하는 경향이 선진국에 비하여 더욱 높다. 이러한 보완대체의학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본인이 치료를 받고 있는 의사들에게조차 사실을 숨기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다른 선진국보다도 훨씬 더 많은 환자들이 보완대체의학을 찾고 있을 것이라 사려 된다. 최근 서울대 가정의학과의 연구는 한국 전체에서 일년 동안에 정통의학 치료에 사용되는 약품비가 단지 5조에 불과한데 비하여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약에 사용되는 비용은 20조에 해당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여러 보완대체의학에 대하여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환경의 변화는 지금이야말로 현대정통의학과 한의학 그리고 보완대체의학이 학문 간의 협력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시작될 수 있는 적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국내에서도 보완대체의학에 대하여 무대책으로 방관할 수가 없게 되었으며 적절한 수용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정통의학에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무대책으로 방관하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보완대체의학은 의료와 무관한 비전문가들의 손에 넘겨져 사이비 요법이 되어 환자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한 환자가 이중삼중의 경비를 들이면서 병원, 한의원과 보완대체의학을 혼란스럽게 방문하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국가와 의사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방관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들은 국내에서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영양치료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보완대체의학에 대하여 많은 것을 들으면서도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 등에 무관심하거나 또는 본의 아니게 소외되어 있다. 환자들은  치료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나 기존의 정통의학적 치료와 더불어 다른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흔히 생각하며 의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식으로 묻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 이러이러한 치료 방법이 제 질환 치료에 좋다고 하는데요?” 또는 “이러이러한 건강식품은 제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요?” 라고 흔히 질문한다. 의사들에게조차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경우는 더욱 많다.
 
그러나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 하면 안 돼요” 하는 것이 대부분 의사들의 대답이다. “이러이러한 치료 방법은 또는 이러이러한 건강식품은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또는 “다소 효과가 있어요”. 또는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절대로 하면 안됩니다”.  또는 “저는 이 분야에 대하여 잘 모르니 누구누구 전문가를 찾아가 보세요”. 등의 대답을 환자들은 최소한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대답을 얻지 못한 환자는 결국 의사를 떠나거나 또는 의사의 충고에 관계없이 건강식품을 복용하거나 다른 보완대체의학적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 의료의 현실이다.  결국 환자들의 건강이나 생명이 의료인이 아닌 비전문 의료인들에게 넘겨져 대부분의 보완대체의학은 비전문가에 의하여  난립하고 있는 것이 국내의 실정이다.
 

그럼 이와같이 보완대체의학이 환자를 치료해야 할 입장에 있는 의사들로부터 소외되고 극단적으로는 보완대체의학에 대하여 논의조차도 피하려는 견해를 갖게 된 이유와 현황은 무엇 때문일까?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겠다.
 

첫째는 보완대체의학은 일정한 질환에 국한하며 현대정통의학을 대체하는 의학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보완의학”이다. 모든 질환 치료의 주류에는 수년간 과학적 연구에 바탕을 둔 업적과 더불어 evidence-based medicine인 현대 정통의학이 있다. 단지 현대정통의학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는 질환 치료에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다른 의학이 있다면 이러한 질환에 국한하여 현대정통의학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차선 또는 제 2의 의학”인 것이다.
 
보완대체의학은 현대정통의학을 보완하는 것이 주요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보완대체의학이 간혹 의학의 주류처럼 착각되어 과장 전달되고 있는 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국내에는 “대체의학”이라는 말자체가 불행하게도 잘못되어 도입되었다고 사려 된다. 보완의학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며 다른 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일반적 표현도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CAM)이다. 
 

둘째로 국내에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보완대체의학은 치료의 효과와 안정성이 사례 보고에 근거하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완대체의학이 분류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학이 이론적 체계없이 효과와 안정성 검증을 거치지도 않고 보완대체의학이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형태로 난립하고 있다. 방법이 다를 수는 있을지라도 보완대체의학 역시 끝없이 치료의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내에서의 보완대체의학은 이러한 과정이 없다는 것이 의사들로 하여금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신뢰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셋째는 보완대체의학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시키거나 과장하여 환자의 생명을 위험하게하고 심지어 이를 이용하여 상업화하는 경우가 비의료인 심지어 의료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암질환 환자에서의 치료이다.
 
일부 보완대체의학은 암으로 인한 secondary problems를 단지 도와줌으로써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본래의 의미이지만 한두 가지의 치료 사례를 들어 마치 암이 보완대체의학에 의하여 치료되는 것처럼 선전광고 하여 상업화에 이용되고 있는 점은 의료인들로 하여금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인식을 잘못 갖게 하였으며 더 나아가 보완대체의학이라는 말조차도 들어보지 않으려는 태도로 바꾸어 놓았다.
 

넷째로 보완대체의학의 주체가 먼저 대부분 비의료인들에 의하여 시작되어 심각한 질환의 환자들을 간과하여 생명을 위험하게 한 사례나 보완대체의학적 치료로 인한 많고 다양한 합병증의 사례들이다. 이상과 같은 사실들이 결국 의사들로 하여금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불신감과 심지어 경멸감을 갖게 하게 된 이유라 하겠다.
 

그러나 의료인들의 책임도 간과 할 수는 없다. 보완대체의학에 대하여 알아보려는 조금의 노력도 없이 무조건 현대정통의학 이외에는 다른 의학은 없다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견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의료인 스스로가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소홀히 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의료인들에 의하여 당연한 치료로서 행하여지고 있는 현대정통의학적 치료의 일부도 처음에는 비정통의학(보완대체의학)으로 출발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원인과 동기가 어떠하든 미래의 확실한 사실은 현재상태에서 의료인들이 보완대체의학을 계속 무관심하게 방치한다면 수년 후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비의료인들에 의하여 각종 검증받지 못한 보완대체의학이 치료에 이용되어 환자의 생명이 맡겨지는 심각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의료기술의 개발을 통한 현대정통의학의 발전이 의료인의 가장 중요한 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현실과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더 이상 불확실한 보완대체요법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나라에서와 같이 국내에서도 우리 의료인들이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더 이상 무관성과 무대책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의료인들이 선도하여 보완대체의학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또한 의무라고 사려 된다.
 

이러한 식으로 보완대체의학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정착된다면 의료인의 입장, 환자의 입장 그리고 정부의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반사적 기대 효과는 수 없이 크다. 검증된 보완대체의학만을 선별하여 정통의학내에서 보완적 역할을 하게 하여 보완대체의학적 건강유지법을 활용한다면 의료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실질적인 건강증진 효과를 다방면으로 거둘 수 있다. 또한 이제 한국도 인구특성이 노령화사회로 변하고 있다. 이들의 건강, 복지가 사회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CAM은 노화방지 및 노령화사회에서 노인들의 재활치료에 크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CAM의 제도적 마련은 노령화된 사회에서 양로원이나 재활의학센터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때 국민의 건강을 효과적, 경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또한 CAM의 적절한 사용은 항생제 등의 사용 감소와 만성 질환에서 스테로이드의 사용량을 현저하게 줄임으로써 의료비의 절감뿐만 아니라 약물사용의 남용을 억제하는 기대효과도 크다. 
 

그러나 국내에 보완대체의학을 합리적이고 과학적 방법으로 수용하고 정착시키기 전에 선행적으로 요구되는 필수 사항 중 주요한 것은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검증을 주요로 하는 연구기관의 설립, 검증된 보완대체의학의 실천을 위한 법적제도 마련 그리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수 불가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