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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봉달희 실감 이유…전문의 출신 보조작가 강석훈씨

지난 2월 병원에 사표 내고, 전업 작가의 길 선택

얼마전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는 전문직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흉부외과 레지던트인 주인공의 일과 사랑을 실감나게 그려낼 수 있었던 이면에는 보조작가 강석훈(35·사진)씨의 노력이 있었다.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였던 강씨는 지난 2월 병원에 사표를 냈다. 전업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달파는 사람-영화·드라마 작가’라고 적힌 명함을 건넸다.“‘…봉달희’ 끝내고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 중입니다. 의대를 배경으로 한 메디컬 호러 작품인데요, 자문도 해주고 지방 촬영장에도 다니고 있어요. 영상작가 교육원에서 강의도 듣기 때문에 병원일보다 더 바쁘네요.”보장된 직업을 버리고 ‘배고픈 세계’로 뛰어든 이유는 뭘까. “1992년 대학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다 우연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접했습니다. 필이 꽂혔죠. 24시간 동안 밥도 안먹고 네 작품을 내리 읽어버렸어요.”의대 입학 후에도 예민한 감수성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장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 너무 갑갑했어요. 틈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재를 찾기 위해 막노동, 술집서빙, 어린이 뮤지컬 배우 등 아르바이트를 했어요.”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다는 인턴시절, 새벽까지 글을 쓰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소아혈액암 병동에서 유난히 예뻐하던 여자아이가 숨졌어요. 화장실에서 대성통곡하며 울었습니다. 며칠 후 그 아이의 진료카드가 병원 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의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하게 됐습니다.” 군의관·레지던트로 근무하면서도 펜을 놓지 않았던 강씨는 2005년 한 방송사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낸 작품이 최우수상을 타면서 정식 작가로 입문한다 . 1년 후 ‘…봉달희’ 제작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된다.“PD와 작가들이 2주 동안 서울대 흉부외과 의사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먹고 자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방까지 들어가 펄떡거리는 장기를 직접 보기도 했어요. 생생한 에피소드나 세밀한 디테일은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겁니다.”명함에 적힌 ‘달파는 사람’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초등학생 시절 제 방 창문에 보름달이 환하게 뜬 적이 있어요. 어린 마음에 너무 신기해 가족들한테 10원씩 받고 보여줬지요. 풍성하게 잘 여문 보름달 같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제 바람입니다.” 그러고보니 명함 귀퉁이에 작은 글씨가 눈에 띈다. ‘저녁 굶은 달은 팔지 않습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글·사진=김민호 기자(alethe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