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병원/의원

“장준혁의 고단한 삶,뇌리를 떠나지 않아”

MBC‘하얀거탑’후폭풍…‘간성혼수’ 검색어 1위 올라

11일 오후 10시50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일제히 ‘간성혼수’가 1위로 올랐다.
 
간질환으로 초래된 의식불명상태를 뜻하는 의학용어가 난데없이 인터넷을 점령한 까닭은 바로 MBC 주말드라마 ‘하얀거탑’ 때문. 이뿐만 아니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명민을 비롯해 장준혁, 상고이유서 등 드라마와 관련된 단어들이 전체 검색어 10위 중 절반을 휩쓸었다.야망을 향해 질주하던 한 천재의사의 삶을 조명한 이 작품은 장준혁 과장이 담도암으로 사망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후폭풍이 거세다. 인터넷에는 근래 최고의 드라마라는 상찬이 넘쳐나고 스페셜 방송을 해달라는 청원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디시인사이드 ‘하얀거탑 갤러리’에는 두 달의 방송기간 동안 7만8000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같은 의학드라마이면서 비슷한 날짜에 시작했던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3만7000건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드라마 홈페이지 역시 2만7000여건의 의견이 게시됐으며 대부분 ‘명품 드라마’였다는 글들이다.시청자 김형일씨는 “의사인 제 남편, 편하게 돈 잘버는 과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사는 친가나 처가도 없다”면서 “10년된 중고차에 1억도 안되는 전세집에 살면서도 아이들 건강하고 부모님들 무탈한게 제일이라며 위안하던 남편이 장준혁이 죽는 장면에선 거의 통곡수준으로 울었다”고 털어놨다.특히 마지막회에서 전개된 몇몇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텅빈 수술실에서 장준혁이 과거를 회상하며 허공에 손을 휘젓는 장면이나 간성혼수가 찾아와 신문을 거꾸로 들고 읽는 모습은 가슴 찌릿한 전율을 안겼다. 죽음을 예감한 주인공이 유서로 남긴 상고이유서 역시 한국 드라마의 문법을 철저하게 거스른 보기드문 설정. 어설픈 화해나 두루뭉술한 해피엔드를 택하기보다 캐릭터의 성격을 극한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오히려 짙은 여운을 남겼다. 장 과장이 자신의 몸을 의학발전을 위해 해부용으로 기증하는 대목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시청자 강민선씨는 “천재의사였지만 한없이 연약한 인간이었던 주인공의 고단한 생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며 “하얀거탑은 한동안 잊기 힘든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을 마친 배우들도 후유증을 겪기는 마찬가지. 김명민은 “지난 5개월여간 장준혁과 하나되기 위해 몸부림쳐 왔다”면서 “어떤 인물을 내 안에 넣기 위한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그 인물을 벗어내는 과정은 내장이 타들어가고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하얀거탑’은 국내 전문직 드라마의 지향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주·조연들의 빼어난 연기력은 ‘연애놀음’에 싫증난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적 재미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뛰어난 카메라 워크, 의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치밀한 디테일, 빛의 마술을 보여준 조명 등으로 절묘한 화음을 이뤘다.연출자 안판석 PD는 “장 과장이 남긴 두 통의 편지(상고이유서와 시신기증서)는 어떻게 보면 인간에 대한 정의를 함축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라면서 “작품 평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차분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호 기자(alethe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