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개원중인 내과의사 P모씨에게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에 동참해 달라며 한 중년의 남성이 찾아왔다.
한 복지단체 소속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연말이고 하니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이는 만큼 성심껏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P원장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내겠다고 했으나 은근히 웃돈을 요구하는 P씨의 행동이 의심스러워 돌려보냈다.
그를 보내고 마음이 영 찜찜해 그가 소속됐다는 단체를 알아봤지만 그러한 단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몇 달전 경기도에 J원장은 성금모금 중이라며 찾아온 한 노인을 바쁘다며 돌려보낼 생각이었지만 그 노인이 진료대기실에 버티고 서있는데다 환자들의 눈이 의식돼 몇만원을 줘서 보냈다.
그러나 그 후부터 주기적으로 그 노인은 J원장을 찾아와 도와줄 것을 요구했다.
J원장은 “저번 한번으로 족하니 다시는 오지말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으나 그 노인은 “의사가 이래도 되느냐”며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렸다.
연말이 되면서 이처럼 의원을 찾아와 성금모금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기 및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의사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식과 환자를 볼모로 요구할 수 있고 종합병원보다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개원가가 이 같은 사례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현행 규정상 일반 모금행위에 대해 행정자치부에 신고, 등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모금액이 10억 미만일 경우 시도지사, 10억 이상일 경우 행자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모금행위 등록은 모금액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서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개인적인 모금행위를 포함한 소규모의 모금행위의 진위여부를 증명하거나 제제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1000만원 미만의 모금액은 등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사기행각의 진위를 확인하거나 처벌할 조항이 없다”며 “따라서 모금을 하려면 공인단체를 통해 참여하되,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가 급증하는 요즘에는 자선단체를 내세운 경우라도 의심가는 사례에 대해서는 등록증을 요구해 확인하는 등의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더라도 등록증을 요구함으로써 모금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
한편 법률관계자는 “의료법 제12조 제2항에는 누구든지 의료기관의 의료용시설, 기재·약품, 기타의 기물등 파괴·손상하거나 의료기관을 점검해 진료를 방해해서는 안되며 이를 교사 또는 방조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모금행위 거부에 대해 행패를 부릴 경우 법에 저촉되므로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금품을 제공하지 말고 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