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양민재 교수팀 (소화기내과 유병무, 황재철, 김순선 교수)은 담도암·췌장암 등 복잡한 수술 후 내시경 접근이 어려운 Roux-en-Y 간공장문합술(hepaticojejunostomy) 환자에서, 단축형 단일 풍선소장내시경(short-type single-balloon enteroscopy, SBE)을 이용해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ERCP)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표준화 전략을 10일 밝혔다.
위암, 췌장암, 담도암 등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위와 소장이 절제·재건되며 상부위장관 구조가 복잡하게 변한다. 특히 Roux-en-Y 간공장문합술은 위와 십이지장을 보존한 채 담관과 공장을 새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소장 경로가 길고 꼬여 있어 일반 내시경으로는 접근이 어렵다. 이를 위해 사용하는 풍선소장내시경(single-balloon enteroscopy) 은 풍선을 이용해 소장을 단축시켜 깊은 부위까지 접근하는 특수 장비지만, 이 구조에서는 접근이 가장 까다로워 일본에서도 ERCP 성공률이 약 6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양민재 교수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풍선소장내시경 시술 경험을 바탕으로, 소장 내 S자형 루프(S-shaped loop)를 단일 회전 벡터로 전환해 내시경 진입을 안정화하는‘기전적 루프 해소(mechanistic loop-resolution) 전략’을 개발했다. 이 전략은 장 속에서 내시경이 꼬이거나 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회전 방향을 조정해 진입 경로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원리로, 복잡한 해부 구조에서도 안정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적용한 결과, 단축형 SBE를 이용한 ERCP 접근은 31건 중 27건(87.1%)에서 성공했으며, 담도 삽관 성공률 96.6%, 치료 성공률 83.9%를 기록했다. 평균 시술 시간은 95.9분이었고, 공장-공장문합부와 간공장문합부 도달 시간은 각각 24.3분과 61.8분이었다. 시술 후 주요 합병증은 3건(9.1%)에 불과해 높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접근 과정을 15편의 시술 영상과 6개의 고해상도 일러스트로 정리해 소장내시경 삽입의 표준화된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경험적 삽입 기술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연구로, 향후 고난도 담도·췌관 내시경 시술의 국제적 표준 확립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양민재 교수는 “루와이 간공장문합술 환자는 풍선소장내시경의 진입이 가장 어려운 구조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내시경 삽입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표준화했다”며 “이 전략은 향후 국내외 고난도 담도·췌관 내시경 시술의 가이드라인 마련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루와이-형 간공장문합 후 위와 십이지장이 보존된 환자에서 단일 풍선 단장 소장내시경을 이용한 ERCP의 기전적 루프 해소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소화기내시경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Endoscopy’ (IF=12.6) 에 최근 게재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