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협심증 치료에 쓰이는 관상동맥중재술(스텐트 시술) 후 평생 먹는 약을 ‘아스피린’으로 정한 세계 기준을 바꾸는 데 국내 연구진이 또 한 번 이정표를 세웠다.
현재 미국 치료 지침은 관상동맥중재술 후 6개월에서 1년 동안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P2Y12 억제제)를 병용하는 이중 항혈소판 치료를 권장하고, 이후에는 평생 아스피린을 단독으로 복용하라고 안내한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한주용·송영빈·최기홍 교수팀은 스위스 베른대학병원 등 항혈소판제제 관련 다국가 공동 연구팀을 꾸려 관상동맥질환 환자 대상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단독치료의 결과를 비교한 무작위 연구를 메타분석해 세계 최고 의학 저널인 ‘란셋(Lancet, IF=88.5)’에 1일 발표했다.
한주용·송영빈·최기홍 교수팀은 지난 3월에도 심혈관 사건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아스피린보다 클로피도그렐이 장기 항혈소판 치료제로써 효과가 더 우수했다는 연구(SMART-CHOICE 3)를 란셋에 게재한 바 있다.
의학계 저널 중 피인용지수(Impact Factor)가 가장 높은 란셋에 한 해 두 차례나 연구 성과를 남긴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그만큼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중 최적합 치료제를 규명하는 데 학계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앞서 발표한 연구가 지난 3월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학술대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임상 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로 선정된 데 이어, 이번 연구도 8월 31일 유럽심장학회(ESC) 학술대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임상 연구’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연구팀이 메타분석 연구를 진행한 배경은 근거 수준을 높여 기준 변경에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한 것도 있지만, 애초에 스텐트 시술 후 단독 요법 시행시 아스피린이 쓰이기 시작한 것 역시 메타분석 연구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심근경색 등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고 두 약을 함께 복용하는 이중 항혈소판 치료가 끝난 뒤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중 어떤 약을 쓰는지에 따른 치료 경과를 살펴 본 전세계 무작위 임상연구 7개(전체 환자 2만 8982명)를 메타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계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생의 발생 위험을 비교했을 때 아스피린 치료군(1만 4475명)보다 클로피도그렐 치료군(1만 4507명)이 14%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클로피도그렐 사용시 심근경색 24%, 뇌졸중 21%씩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출혈 발생률은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사용군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항혈소판제제 효과가 뛰어날수록 출혈 위험도 덩달아 높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클로피도그렐의 경우 허혈성 사건은 줄이면서도 출혈은 증가시키지 않는 이상적인 결과를 보인 셈이다.
한주용 교수는 “이번 분석에서 다양한 인종의 3만명 가까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클로피도그렐 단독 치료가 아스피린 단독 치료에 비해 우수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향후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들에서 이중 항혈소판 치료 기간이 지나면, 그 후 평생 유지 요법으로 클로피도그렐이 표준 치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