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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대정원부터 실손보험까지…“의료정책, 배 급선회하듯 변화”

가정의학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맞아 기자간담회 개최


의대정원 증원 등 실패 정책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실손보험 개혁 등의 사례처럼 의료정책에 있어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동기를 줄 수 있을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9일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2025 춘계학술대회 및 제53회 연수강좌를 개최한 가운데, 이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현안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의대정원 확대와 의료인력 수급 문제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 참여율 저조 문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편 △가정의학회 내시경 교육의 검진 평가 인정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먼저 의료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인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유승호 공보이사는 “수치상 증가에 매몰돼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인력 배분과 의료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대책없는 증원만으로는 지역의료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필수의료에 대한 잘못된 정의에 따른 필수의료 강화는 기존 일차의료 환경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사인력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 일차의료 및 개원의들의 역할을 넓게 설정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책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태경 회장은 “책임자 처벌은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정책적 실패를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젊은 의사들이나 의대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의 참여 저조 문제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일차의료 만성관리사업은 일차의료 강화 및 만성질환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정책이지만 정작 그 최전선에 있는 개원의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해 9월 본사업으로 전환한 이후엔 중도탈락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유 공보이사는 “개원의들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현재 사업 참여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대비 낮은 수가는 개원의들에게 충분한 동기를 주지 못하고 있고, 복잡한 행정 절차도 참여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도 지속적인 참여는 힘들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유 공보이사는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은 수험생들에게 보충수업을 해주는 것에 비유하면서 “당뇨나 고혈압이 있는 환자들에게 교육 듣고 귀가하라고 하면 대부분이 거부한다. 추가적으로 본인 부담금이 더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환자가 많지 않다. 현실적인 환자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실손보험 개혁에 대해서도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환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기관 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유 공보이사는 “‘급진적’인 개편안은 국민 재산권 침해 및 보험사들의 수익성을 향상시키려는 의도”라며 “의료서비스의 질을 외면하고 환자중심에서 벗어난 단순한 비용절감 정책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실손보험 개편 및 비급여정책은 의협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개원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강 회장은 실손보험 개편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도 언급했다. 강 회장은 “임상현장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배탈 등으로 인한 수액치료인데, 그 기준이 애매해지면서 이전에는 가능했던 치료가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항의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이와 함께 실손보험 청구를 의료기관에서 대행해주는 정책에 대해서는 “행정부담 간소화로 환자 편의는 증가되고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지극히 사보험인데도 공적인 영역에서 이를 지원하는 것은 사보험을 권장하는 느낌도 든다”며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편의성이 타 국가 대비 간소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성배 총무부회장은 급격한 정책변화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총무부회장은 “배가 급선회하듯 급격하게 정책을 바꾸게 되면, 가정의학과는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특정 과의 경우 생존권을 위협할만큼 엄청난 타격이 있다. 급격한 변화의 부작용은 의대정원 사태로 전 국민 모두가 다 느꼈다. 이러한 과오를 다시 만들지 않으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신중하고 점진적인 변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논의된 주제는 내시경 교육 검진평가 인정문제였다. 유 공보이사는 “국가암검진 내시경 평가부분에서 교육인정 기준이 불합리하게 설정돼있어 가정의학회 내시경 교육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시경은 일차의료, 특히 검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내시경 교육과정 인정은 특정 과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하며 “인정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조정해 교육의 폭과 깊이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개원의들에게 공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관 학회나 의사회, 기관들과 지속 소통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