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감시 검사로서 비조영 MRI의 우수성을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명진·이형진 교수,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김도영 교수 연구팀은 비조영 MRI의 간암 조기 진단율은 96%로 초음파 검사 대비 22% 높다고 25일 밝혔다.
만성 간염 및 간경변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높아 일반적으로 6개월 간격으로 간암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초음파 감시 검사를 한다. 그러나 초음파는 간의 작은 병변을 발견하는데 한계가 있어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더라도 25~30%의 환자가 근치적 치료가 어려운 병기에서 간암을 발견한다.
초음파가 가진 민감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조영제를 사용한 CT와 MRI이다. 하지만 높은 비용, 긴 검사 시간, 조영제 합병증 등으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MRI를 감시 검사 방법으로 도입하고 기존 초음파 검사와 효과를 비교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비조영 MRI는 간암의 탐지에 필수적인 영상만 촬영하는 간소화한 MRI 검사로, 검사 시간이 짧고 비용 부담이 낮을 뿐 아니라 조영제 및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아 관련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30개월 동안 간경변 환자 414명을 모집했다. 환자 절반씩을 대상으로 각각 초음파와 비조영 MRI를 이용해 6개월 간격 감시 검사를 최대 10회 실시했다.
연구 기간 중 초음파 검사군 23명, 비조영 MRI 검사군 25명이 간암 진단을 받았다. 비조영 MRI 검사를 받은 환자가 더 낮은 병기에서 간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환자 병기는 BCLC(Barcelona Clinic Liver Clinic) 등급에 따라 0(very early stage), A(early stage), B(intermediate stage), C(advanced stage)로 분류했다. 보통 A까지는 간절제, 고주파열치료, 간이식 등으로 근치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B부터는 근치적 치료가 어려워 감시 검사 실패로 본다.
비조영 MRI 검사군은 96%가 조기(0~A)에 간암을 진단 받았지만 초음파 검사군은 74%에 그쳤다. 특히, 0기에 발견한 환자 비율은 초음파 검사군(26%)에 비해 비조영 MRI 검사군이 64%로 높았다. 또 C 병기에서 진단 받은 환자는 초음파 검사군에서는 17%였던 반면 비조영 MRI 검사군에서는 없었다.
비조영 MRI 검사군 간암 환자의 83%가 근치적 치료를 받았으나, 초음파 검사군 간암 환자는 38%에 머물렀다. 또 위양성(양성이 아닌데 잘못 진단된 경우) 발생률도 초음파 검사군(3.1%)보다 비조영 MRI 검사군(0.7%)에서 낮았다.
김명진 교수는 ”초음파 감시 검사는 간암의 조기 발견 및 생존율 향상에 크게 이바지해왔으나 검사 특성상 조기 진단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며 “비조영 MRI 감시 검사는 검사 시간이 짧고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아 편의성이 높을 뿐 아니라 간암을 높은 확률로 조기 단계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영 교수는 “연구 진행 과정에서 비조영 MRI의 정확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며 “진단 받은 간암 환자는 높은 확률로 근치적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며 위양성 발생도 낮아 추가 검사에 대한 비용 및 심리적 부담 역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소화기학회 공식 학술지(Gastroenterology, IF 26.3)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