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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강혁,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고발하다

넷플릿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가 연일 화제다. 한산이가 작가(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는 초감각을 가진 주인공 백강혁의 능력 및 일부 장면 연출을 두고 중증외상센터가 메디컬 판타지 드라마라고 못을 박았지만, 드라마를 통해 조명되는 응급의료가 처한 환경만큼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백강혁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을 온몸으로 마주했던 이국종 교수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싸웠던 그의 모습은 드라마 속 백강혁(주지훈 분)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그리고 현실 속 의료진들은 여전히 그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중증외상센터는 중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최전선이지만, 의료진 부족과 과중한 업무, 낮은 수가 보상 등으로 인해 운영이 쉽지 않다. 정부에서 나름대로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통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중증외상 분야는 특성상 24시간 대응이 필수적이며, 의료진의 신속한 판단과 대응이 환자의 생사를 가른다. 그러나 현재의 국내 의료환경에서는 이들의 헌신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응급의학과, 외상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된다.

 

의료계에서는 항상 목소리를 전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다. 현재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기는 하나 수가인상, 의료진 처우개선 등 보다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수급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의사의 수 자체를 늘리는 것보다는 특정 분야로의 진입을 장려할 수 있는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무작정 정원을 증원해 낙수효과를 노리는 것보다 필수의료 각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필수의료 종사자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지난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박민수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그간 정부가 의료를 정상화하고 전공의 개개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어떠한 협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마음이다라며의료계가 지금이라도 대화와 협의에 나서주실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정부에서 제시한 내용들은 의료진과 의대생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에서 제시한 것이 실질적으로 현장이 원하는 내용인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의료진의 희생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국민의 생명이 지켜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올해 의사 국시 합격자는 269명뿐이다. 휴학했던 의대생들이 복귀를 하든, 하지 않든 앞으로 의료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일만 남았다. 하루 빨리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의 장을 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 현장의 고통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