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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이 원하는 것은 ‘수준 높은 의사’…무리수 두지 말자

교육부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대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등에 의평원이 불인증하기 전 의대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11월 4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인정기관 공백 시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 연장 근거 마련 ▲의료과정 운영 학교의 평가·인증에 대한 특례 신설 ▲평가·인증 기준 등의 변경 및 평가·인증 업무 공백에 대한 사전 통보·심의 근거 명확화 ▲평가·인증 기준·절차·방법 변경 시 사전예고제 의무 규정 신설 등이 있다.

교육부의 이러한 행보는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해 부실교육이 일어나 최종적으로 서남의대 꼴이 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 및 최소화하고자 의평원의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는 의대를 없게 만들거나 최소화해 혼란을 줄이기 위함으로 보인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응으로, 의료계는 현재 교육부의 발표에 대해 ‘제2의 의대정원 증원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맹렬하게 반대·비판하고 있다.

먼저 당사자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헌법과 관련 상위 법률 규정을 위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의대정원 증원 이후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해당 개정안은 의대 평가 인증 제도를 무력화해 평가 기관의 자율성 침해와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의과대학 재학생을 보호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게 하는 것을 방해함은 물론, 학생의 학습권과 국민의 건강권도 침해하는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평원은 “의학교육 현장의 혼란을 심화시키고, 의학교육 수준 향상과 배출되는 의료인력의 질 보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의사를 제대로 양성하려면 의학교육 영역의 전문성에 기반한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제대로 된 평가 수행을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평가 기준·절차를 확립하고, 이해관계자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평가가 진행돼야만 함을 강조하면서 평가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그 어떤 조치도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무엇보다도 의평원은 미국 미시간주립의대 정원이 100명에서 2배 증가한 사례가 있는데, 해당 사례에서도 총 소요됐던 기간은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거쳐서 변화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장기간 준비해서 의대 교육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증원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도 “의평원은 의대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정장치”라며 “정부는 의과대학을 말살할 것이 아니라 교육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의대 증원으로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불가능해지자 의평원 무력화를 통한 후진국 수준의 의사를 양산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 또한 “부족한 교육여건임에도 학생을 방치하고, 방치된 환경에서 배출된 졸업생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할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것이 자명하다”고 경고했다.

처음 의·정 갈등의 원인이 됐던 의대정원 증원은 필수의료에 부족한 의사인력 공급을 위해 의료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응원을 받아 시작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필수의료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꽂힌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위해 의학 교육의 질을 낮추려고 하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를 목소리가 제기될 정도로 우려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이 의료개혁 초반에 찬성 및 지지하는 의사를 보여줬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실력이 아닌 우수한 의사들을 양성해 현재 심각한 공백 상태에 빠져있는 필수의료를 소생시켜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최소한 증원하려는 의사들의 질은 현행만큼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이 바랐던 실력이 있는 의사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최소한 의학교육을 인증·평가하는 의평원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