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달 26일 입법예고한 폐기물관리법령 개정안 중 ‘각종 의료폐기물을 배출하는 의료기관의 멸균분쇄시설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에 대해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이하 의폐조합)은 멸균분쇄한 의료폐기물 잔재물로 인한 감염 위험과 악취 문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사전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 9월 26일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을 의료기관 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멸균분쇄시설 처분능력을 현행 100kg/h 이상에서 30kg/h 이상(투입량 기준)으로 시설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또 기존에 지정된 온도, 시간, 압력 기준과 달리 멸균시설을 운영하더라도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멸균능력만 인정받으면 시설을 허용하는 신설 항목도 담겼다.
의폐조합은 지난 2000년 7월 정부가 의료폐기물의 멸균분쇄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취와 멸균(100%) 적정 처리의 불투명 문제를 이유로 전국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업체의 멸균분쇄시설 운영을 금지한 조처와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의료폐기물에 대한 멸균분쇄시설은 시간당 100kg 이상의 의료폐기물 처분 설비를 갖춘 4개의 의료기관에서 설치 및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낮아진 기준에 따라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하는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행법상 멸균분쇄시설은 전국 학교 주변에도 설치할 수 있어 이로 인한 학생들에 대한 보건위생 등 사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20년 개정된 교육환경법은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 경계 등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미터 이내) 안에도 의료기관 내 멸균분쇄시설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멸균분쇄시설을 추가하는 의료기관들의 숫자가 늘어나 학교 주변의 멸균분쇄시설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설치 기준이 완화된 멸균분쇄기(시간당 30kg)를 1일 3회(총 90kg) 이하로 가동할 경우, 사업장폐기물 배출자 신고 대상 기준인 일 평균 배출량 100kg에 미달하기 때문에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사업장 생활폐기물로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일반 국민이나 멸균분쇄시설 인근의 학생들은 감염성 병원균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의폐조합은 신설 조항인 ‘멸균분쇄시설 설치․관리기준’ 항목도 관리 감독의 맹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에는 ‘온도, 시간, 압력 등에 대한 기존의 기준에 따르지 않아도 공인된 기관에서 멸균능력만 인정받으면 시설을 허용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시설도 현재 시행 중인 증기․열관․마이크로웨이브멸균분쇄시설과 동일하게 설치 기준 및 관리 기준에 멸균 성능을 각각 법령에 구체화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의료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방식을 확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폐조합은 이번 폐기물관리법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우려로 인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정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폐조합의 한 관계자는 “입법예고된 개정안에 대해 의료폐기물처리업계는 감염과 악취 등 국민 보건위생에 미칠 위험과 국가 의료폐기물 관리체계 부실화 등의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라며 “교육환경법 개정이후 설치 운영 중인 멸균분쇄시설(100kg/h)을 3년 또는 5년 등 일정 기간 운영한 이후 악취와 멸균처리 적정성 등을 분석하고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정안을 재추진하는 것이 국민 보건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