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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강정보 고속도로’ 등 환자 정보 이용 시스템·정책 성공하려면?

동네의원을 비롯해 의료기관 종별과 상관없이 환자 본인이 복용·투여하는 의약품을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환자가 어떤 의약품을 복용·투여하고 있는지를 알 길이 없어 의사들이 제각기 약을 처방하는 등의 ‘남용’으로부터 건강을 위협받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개최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 100분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에게 병·의원이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방문 의료기관 이력 상관없이 환자가 받은 치료·약물을 한 눈에 확인함으로써 환자에게 적정한 진료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환자와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보건의료 시스템 통합 구축 등을 통한 환자 정보 조회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토론회에 참석한 환자 보호자는 1차의료기관부터 환자 본인의 정보가 정확하게 들어가고 쌓인다면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고, 정보 오류로 잘못된 진료를 받지 않는 등의 이익이 손해보다 더 클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놨다.

또한, 평소에 자주 이용하던 병원이 아닌 의료기관에 가더라도 정확한 진료기록이 조회된다면 병원 진료를 보다 편리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며, 비대면 진료를 받을 때에도 축적된 올바른 데이터가 있다면 편의성과 안전성 등이 향상될 것 같으므로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은영 한국 YWCA연합회 회장도 환자는 다급하기 때문에 정보가 다 공유되고 나에게 가장 적절하고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개인정보를 내놓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의료진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성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일차의료개발센터 교수는 그동안 AI를 비롯해 어떤 기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국가에서 보조도 해주지 않아 힘들고,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작년까지는 활동할 수 없었는데, 최근 관련 제약이 풀리면서 환자가 먹는 의약품을 의사도 조회해서 확인할 수 있게 돼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미 관련 시스템이 구축 중으로, 대표적으로 ‘건강정보 고속도로’을 들었으며, 8월 13일 한국보건의료정보원에 따르면 ‘건강정보 고속도로’에 참여하지 않은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2024년 6월까지 2차 확산사업 참여 희망 신청을 받은 결과, 상급종합병원 21개소 및 그 협력 의료기관으로 종합병원 28개소, 병의원 210개소 등 총 259개소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2차 확산사업이 완료되는 2025년 하반기부터는 ‘건강정보 고속도로’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전체 상급종합병원 47개소를 포함한 총 1263개소로 확대되며, 상급종합병원 진료 시 중복되거나 연쇄 작용으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약물 처방 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남서울대 이주열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현재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시스템의 기능과 역할도 확대해 약물의 오남용을 줄이려 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제도적으로 잘 정비·마련하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다면 약물 오남용 문제 개선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윤동규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각 병·의원에서 약물을 조회한 뒤, 타 병·의원에서 처방한 사항을 고려해 진료하자는 것은 의무기록시스템(EMR) 통합으로 보이는데, 개인정보가 DB화돼서 모든 의료진·병원이 연락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관계 부처의 협력과 관련 정책이 반드시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환자 정보에 대한 강력한 보안 시스템 하에서 환자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결론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강조했다.

조은영 한국 YWCA연합회 회장은 시스템에 대한 신뢰 여부를 지적했다.

의료서비스는 공공서비스인데, 제대로 관리될 수 있을지와 우리들이 의료를 공공시스템으로 보고 있는지, 공공인력에 대해 걸맞는 대우를 하고 있는지, 서비스의 질을 보장받기 위한 관련 합의를 사회적으로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등이 보험회사나 기타 의료서비스의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잘못 사용될 것을 우려해서 각 개인의 정보를 노출하고 싶어 하지 않는 부분도 있음을 덧붙이며, 공공의 서비스 영역 안에서 안전하게 사용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해당 토론회를 통해 의료서비스 발전과 환자 편의 향상 측면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의료계 전체와 환자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안 수준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갖추어진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진료·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시스템 발전의 방향성이 제시된 만큼,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비롯해 DUR 시스템 등의 발전 방향과 정부의 정책이 해당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