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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전공의 부당압박하는 복지부의 잘못된 법률 적용∙편법에 대한 비판적 분석

정부의 무리한 정책 강행으로 초래된 전공의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 및 수업 거부 사태가 4개월을 넘어가고 있지만, 정부는 의료 정상화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무리한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26일 국회 청문회에서도 밝혀졌듯이, 정부는 전공의 이탈의 장기화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햇고, 이에 대한 사전 준비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미 오류가 지적된 변명의 반복, 잘못된 법률 해석을 통한 국민 호도, 편법 남발 등의 치졸한 방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6월 4일 정부는 2월에 내렸던 사직서수리금지명령,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을 철회한다고 발표해, 마치 전공의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명령의 취소가 아닌 철회는 이전 명령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못박은 조치다. 

결국 명령의 취소가 아닌 철회는 전공의가 복귀를 해도 언제든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고, 업무방해에 대한 형사처벌과 구상권 청구까지 할 수 있게 하는 함정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각 병원들에 전공의들이 2월에 제출했던 사직서는 수리하지 말고, 6월 이후에 새롭게 제출된 사직서만 수리하라는 황당한 지침을 내렸다. 정부의 조치는 2월로 사직서가 수리되면,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이 무력화돼 행정처분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탈 기간이 10일 이내로 단기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잔여 휴가 등을 고려하면, 업무방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부는 2월 사직서 수리를 고수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끝까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꼼수는 명령 철회 발표 직후 곧바로 간파됐고, 이에 따라 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거의 없었다. 명령을 철회해도 전공의들이 꿈쩍도 하지 않자, 정부는 잘못된 법률 기준을 전국 수련 병원에 배포하고, 편법을 통해 전공의들 사이에 내분을 일으키려 하는 등의 꼼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전공의를 부당하게 압박하는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법률 적용과 편법 등의 꼼수를 밝히고, 관련 내용을 분석해 알리고자 한다.  

복지부가 전국 수련병원에 발송한 ‘전공의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관계 정리’의 
오류와 허위 사실들에 대한 분석

지난 6월 2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에서 “복귀가 어려운 전공의에 대해서는 조속히 사직 처리해 6월 말까지 병원 현장을 안정화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데 장관의 중대본 발언 이후 각 수련 병원에는 보건복지부가 공문으로 발송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전공의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관계 정리’ 문서가 도착했다. 이에 본 연구소에서는 이 문서의 내용 중 오류 및 허위 사실 부분을 지적하고, 이를 반박하고자 한다. 

① “3년 초과 계약을 맺은 전공의는 민법 659조에 따라 고용기간 3년이 지나야만 계약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이 경우 효력은 3개월이 지나야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근로계약과 고용계약은 법적으로 구분되는 개념이다. 민법 659조는 근로계약이 아닌 ‘고용계약’에 적용되는 조항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계약관계(프리랜서, 가사도우미 등)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전공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며, 따라서 그들의 계약은 근로계약으로 간주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 

근로기준법 제16조(계약기간)에 따르면, 근로계약의 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을 초과할 수 없다. 만약 1년을 초과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대법원 판례(1996. 8. 29. 선고 95다5783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근로자는 1년 경과 후 언제든지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3년 초과 계약을 맺은 전공의는 민법 659조에 따라 고용기간 3년이 지나야만 계약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이 경우 효력은 3개월이 지나야 발생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전공의의 계약 형태를 근로계약이 아닌 고용계약으로 오인해 법률을 적용한 것이므로 명백한 오류에 해당한다.

② 1년 계약을 맺은 전공의의 경우, 계약종료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갱신거절을 할 수 없고, 계약은 근로자가 거부해도 강제로 자동 갱신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계약만료와 사직은 법적으로 구분되는 개념이다. 대법원 판례(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에 따르면,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며,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근로기준법 상 사업주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30일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가 있지만, 근로자에게는 그러한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계약서 상에 근로자가 계약갱신을 거절하려면 1개월 이전에 통고해야 한다고 약정했더라도, 근로자에게는 계약갱신 거절 의사를 사전에 통보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고, 이러한 내용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제하는 약정이므로 근로기준법 제15조에 따라 근로자에게 불리한 계약 조항(예: 1개월 전 갱신거절 통보 의무)은 무효이다.

또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근로계약을 강제로 갱신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자유계약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으며, 강제노동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로자가 계약만료 시점에 갱신을 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며, 이를 제한하는 계약조항이나 관행은 법적 근거가 없다. 전공의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며, 계약 종료 및 갱신 거부에 관한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1년 계약을 맺은 전공의의 경우, 계약종료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갱신거절을 할 수 없고, 계약은 근로자가 거부해도 강제로 자동 갱신된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계약의 원칙과 강제노동 금지 원칙을 침해하며, 근로기준법에도 위배되는 내용이므로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

정부 방침에 대한 해석과 예상되는 수련 병원들의 행보


앞서 오류를 분석했던 ‘전공의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관계 정리’ 문서의 핵심은 보건복지부가 각 수련 병원들에 1년 단위 계약을 맺은 전공의 및 인턴은 계약 만료 일자로 퇴직처리를 하고, 3년 이상 계약한 전공의들과 1년 계약이라도 사직 관련 특수 조항이 있는 전공의들은 6월로 사직서를 받으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위 문서의 마지막에 있는 ‘수련계약 기간 중인 경우 언제 사직서를 수리할지는 병원이 결정’이라는 문구는 전공의 사직 관련 문제에서 보건복지부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며, 모든 책임은 병원이 지라는 뜻을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조속한 사직서 수리는 전공의들이 가장 바라는 조치이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속한 사직 처리 발언 이후에도 실제 사직서 수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는 이유는 전공의들은 2월에 제출한 사직서 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압박 때문에 각 병원에서는 6월로 사직서를 새롭게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련 병원들의 새 사직서 제출을 전공의들이 끝내 거부한다면, 위 문서에 근거해서 병원들은 1년 단위 계약 전공의나 인턴들은 2월로 계약 종료 및 퇴직 처리를 하고, 3년 이상으로 계약한 전공의와 특약이 있는 전공의들은 병원 마음대로 6월로 퇴직 처리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6월 사직 및 퇴직을 동의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최근 한 언론 보도 내용을 통해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지난 6월 29일 해당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수련 병원장들이 “거듭 전화를 하는데도 받지 않는 전공의들에 대해선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전공의들이 원하는 2월 사직서 수리를 할 계획이라면, 지금까지 시간을 끌고 있을 이유가 없으므로, 수련 병원장들이 수리하겠다는 사표는 6월로 작성된 사직서이거나 6월 강제 퇴직 처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공의 본인의 동의 없이 6월로 강제 사직 또는 퇴직 처리가 진행된다면,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의한 행정처분과 업무방해로 인한 구상권 청구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므로, 대규모 소송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련병원들은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2월 20일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으므로, 2월 20일부터 2월 29일까지의 기간 동안에 전공의들이 업무를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수련 규정에 따라 소속 병원에서 10일의 추가 수련을 받지 않으면, 해당 연차의 수련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추가 수련 적용의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 왜냐하면 올해 2월까지 수련을 받고 3월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기존 3년차 또는 4년차 전공의들도 2월 20일에 병원을 이탈했으나, 10일의 추가 수련 없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기존 3, 4년차 전공의에게 추가 수련을 지시하지 않은 병원들은 타 전공의에게도 추가 수련 지시를 할 수 없다고 보아야 마땅하다.

수련 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종용하는 보건복지부의 의도


어떤 과정을 통해서든 상당수의 전공의들은 사직 처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이 시점에서 복지부가 수련 병원들에 전공의 사직 처리를 종용하는지 그 의도를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사직 처리를 종용하는 이유는 아마도 9월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후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가 되지 않으면, 전공의 정원에 결원이 생기지 않으므로 후반기 모집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후반기 모집을 위해서라도 일단 미복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관련 사실을 부인하기는 했지만, 지난 29일의 한 언론 보도는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복귀하지 않고 사직하는 전공의들도 오는 9월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전공의가 수련 도중 사직하면 1년 내 같은 전공과 및 같은 연차로는 복귀할 수 없도록 한 현 규정을 바꿔, 올 9월부터 다른 병원의 ‘동일 과연차’로 일할 수 있게 할 계획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 규정까지 바꾸면서 후반기 전공의 모집을 유도하는 배경에는, 전공의 사이의 분열을 유발시켜 이들의 단합을 저해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사직한 전공의가 타 병원 인기과 후반기 모집에 지원하거나 지방에서 수련 받던 전공의가 사직 후 수도권 및 빅5 병원의 후반기 모집에 동일 과 및 동일 연차로 지원하게 된다면, 전공의 조직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내부 분열이 일어나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지가 약해지면서 결국 늦어도 내년에는 대다수의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주요한 변수는 2월 사직서 수리 여부와 후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월 사직이 인정되면 전문의 취득 시기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올해 9월부터 후반기 모집 전공의로 일하는 것과 내년 3월부터 해당 연차 전공의로 일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만약 이렇게 되면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는 사직 전공의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6월로 사직 처리가 되면, 전공의 수련 도중 사직하는 경우에 사직 시점에서 1년이 지나야 동일 과목 및 동일 연차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현 규정에 근거해서 빨라도 내년 후반기에나 전공의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사실을 이용해 정부는 전공의들을 6월로 사직 및 퇴직시킨 이후에, 이번에만 한시적으로 허용해 주겠으니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결론


정부는 지난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밝힌 이후부터 단 한 번도 의료계에 진정성 있는 대화나 타협의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2월에는 사직서수리금지명령,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뿐만 아니라 과거에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각종 초법적 명령을 남발하면서 의료계를 압박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전공의 비대위가 제시한 7대 요구안이 버젓이 있음에도 의료계에 단일안 제시를 요구하며, 불통의 책임을 의료계에 돌리는 황당한 태도마저 보였다.

정부가 5월 말 의대정원 증원이 포함된 대입전형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하고 각종 압박을 가했음에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복귀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는 명령 철회와 사직서 수리 종용을 통해 수련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전공의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등 파렴치한 행태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 수련 병원에 발송한 ‘전공의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관계 정리’ 문서는 오류와 허위 사실로 가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후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한 편법도 시도하는 등 정부의 횡포는 도를 넘고 있다.

본 연구소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전혀 없이 대한민국 의료를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 자명한 무리한 정책만을 강행하면서, 치졸하고 파렴치한 꼼수까지 일삼으며 전공의들을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만약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공의들을 굴복시키고, 마침내 모든 의사들을 힘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할지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대한민국 의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의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의 소신대로 의술을 펼칠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의료 정책이 추진되면, 의사에게 있어 자유와 소신은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의사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비가역적으로 시작됐고,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돼 갈 것이 자명하다는 점이다. 만약 정부가 대한민국 의료의 파멸을 막을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무리한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소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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