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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의료개혁, 허울뿐인 목표가 아닌 진정성 있는 개혁 의지 있어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환자 단체와의 간담회 이후 2달여 만에 박민수 차관과 환자 단체의 간담회에 대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입장은 참담하다는 말부터 시작합니다.

며칠 전부터 언론사들이 전화가 와서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공백 사태가 100일에 되었다며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입장을 표명해 달라헤 매우 곤혹스러운 의견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언론사들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100일은 기념일도 아니고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자들은 고통이라는 기나긴 터널 안에서 아직도 신음하며 희생만을 강요당한 그 가족들조차 일상이 망가짐 속에 갇혀 있는 시간입니다. 

또, 일부 단체의 100일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던 날이기도 합니다


어제 의협은 시청앞에서 집회를 하면서 정부와 더 큰 싸움을 하겠다고 결의를 다지며 정부에 다시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오늘은 각 대학들이 의대 입시요강을 발표해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절차는 마무리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정 간의 싸움은 끝나지도 않았고 전공의들은 지금도 의료 현장 밖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의료대란 보다 더 중요한 민생문제가 있는지 우리 정치권에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21대 마지막 국회는 채상병과 간호사법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이번 정부가 의료개혁이란 허울뿐인 목표가 아닌 진정성있는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다음 우리의 요구사안을 반드시 경청하고 실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1. 의료계의 집단 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을 수 있는 실효적제도를 재정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 정부는 전공의 사직 시점부터 의료 개시 명령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의료 개시 명령이 불난 곳에 기름만 부은 결과만 남게 됐습니다. 

결국 의료 개시 명령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정간의 갈등과 감정만 격해지는 결과만 초래했습니다.

둘. 정부는 이번 사태로 의료공백이 발생될 경우 즉각 응대팀이 발동돼 환자들이 치료문제로 고통받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하다고 봅니다.

셋. 의료인이 정책이나 다른 이유로 환자를 두고 의료 현장을 떠날 경우 좀 더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대책을 반드시 제·개정 해주시길 바랍니다.

2. 빅5 병원의 병상 수를 줄여야 합니다. 

하나. 정부는 이미 대형병원들을 전문의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현재의 병상 수가 존립하는 한 전문의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따라서 현재 대형 병원의 병상 수를 줄여야만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나갈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둘. 병상 수를 줄여야만 병상 수의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수도권 쏠림과 경쟁적 환자유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셋. 대안으로 예를 들어 지금 6인실 입원실을 4인실로 바꾼다면 전체 병상 수를 축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3. 수도권에 허가된 6,000병상도 원점부터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나. 전공의 복귀 등을 고려해 기존 병상 축소까지 고려한 입장에서 수도권 병상 허가를 원점부터 재검토한다는 것은 상당이 의미 있는 내용입니다.

둘. 의료계와 전공의들이 이번 증원이 수도권 병원에 필요한 전공의를 채우려고 한다는 주장을 잘못되었음을 설득하는데 충분한 조치가 될 것입니다.

셋. 관련 병원들에 대한 반발이 있을 수 있으나 관련 대학이 소속된 각 지역에 병원을 설립하도록 유도하고 거기에 따른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어 주시면 오히려 붕괴되어 가고 있는 지방의료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4. 전공과를 필수의료과 중심으로 재편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 일본은 의대 전공 과목 중 내과가 전체의 55%정도 차지할 정도로 필수의료 전공과의 비중이 큽니다. 

물론 특정과를 줄이고 늘린 것은 쉽지 않으나 일본의 지역 의사제가 성공한 케이스를 검토하여 벤치마킹하면 충분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이 지자체별로 다양한 선발과 지원제도로 지역, 공공, 필수 의료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우리의 의대정원 확대에 참조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제도와 노력이 있었기에 일본은 1차 진료와 지역 의료 그리고 방문 진료 등 다양한 고령사회에 대한 공공의료와 인프라가 가능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둘. 지역 의사제의 활성화와 전공의의 필수의료에 대한 동기부여가 결국은 전공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므로 필수의료 전공자가 많은 구조가 되어야 필수의료, 공공의료, 지역의료에 대한 의료개혁이 실현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5. 비대면진료 추진은 의료자원의 유통 문제라 생각합니다. 

하나. 비대면 진료는 의료자원의 유통 문제라는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비대면 진료를 단순히 신의료기술이니 세계적인 추세니 이런 논리보다는 오히려 의료자본이 의료자원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시각으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둘. 문제는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편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급자는 제한하고 소비자에게는 과잉 오남용을 유발합니다. 

또한, 의료 영역에 대한 다른 나라들은 공공영역이 높은 수준인 반면에 우리는 민간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의료낭비가 발생할 여지가 큽니다. 

이런 부작용은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비대면으로 의료자원 유통 시 그 과실로 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형국입니다. 

셋. 농수산물 유통 구조를 보면 농민과 어민들은 생산할수록 빚만 지고 소비자는 비싼 농수산물을 구매해야 하는 오히려 유통업자들만 배불리는 왜곡된 시장구조와 유사해질 거라 판단됩니다. 

넷. 설령 불가피하게 비대면 플랫폼이 필요하다면 공적 플랫폼으로 충분히 필요한 영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서도 주로 경증질환이 이용한 비대면 수요를 보면서 더더욱 의료자원 유통과 낭비라는 인식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이번 의료공백 사태가 시작될 때 의,정간의 갈등으로 양쪽에 책임이라 생각해 환자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장기화 될수록 문제가 해결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과 희생이라는 수렁속에 점점 깊이 빠져들어 가면서 현재는 거의 자포자기의 무력감과 각자 도생이라는 어이 없는 중증환자의 처지와 상황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됬습니다. 

100일이라는 그 긴 시간이 환자와 그 가족들은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암흙 같은 시간 속에 머물고 있는 동안 우리 사회 시스템은 작동이 완전히 멈추어 있었습니다. 어떤 누구도 환자의 희생과 고통을 막을 수 없는 시간만 흐른 것입니다. 

사회적 협의도 조정도 그리고 자정의 기능도 멈추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태의 공동 정범들입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 우리 환자들도 이 사태의 책임에서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즉 이런 사회 구조, 제도, 의료시스템을 방치한 책임을 우리 환자들도 통감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환자들은 향후 이런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의료시스템은 재정비 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우리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이 의료제도 안에 들어와 다시는 이런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제도권 안에서 다양한 요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만 환자 중심이 아니라 환자가 중심이 되어서 논의될 수 있도록 모든 환자들이 함께 동참하도록 정부가 적극 협조해 주시길 촉구합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