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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무분별한 의대 증원과 필수·지역의료 종합대책은 부당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결정은 오히려 의료의 질 하락을 부추길 수밖에 없으며,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인프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위험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증원과 진정성 없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종합대책에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대한민국 전공의의 단합된 행동에 대해 대한내과학회는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대한신장학회, 대한혈액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대한감염학회, 대한류마티스학회 등의 연관학회와 함께 지지와 연대를 표명합니다.

2월 21일 기준 전국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 70%에 해당하는 8816명이 사직서를 냈고 일제히 병원을 떠났습니다. 

이들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직서를 내게 된 이유는 더 이상 전문의 과정을 밟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상실감과 좌절감 때문입니다. 

이들의 상당수가 필수의료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내과전공의입니다. 내과전공의는 3년의 수련기간 동안 불철주야 중환자실, 응급실, 병실을 지키면서 내과 전문의가 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내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고 응급 상황을 항상 대비해야 하는 힘든 필수의료 분야의 수련과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구상은 화려한 수사에 불과합니다. 중증 환자 진료에 대한 보상 체계 개선을 비롯해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환경개선 등을 담고 있으나, 이를 위해 5년간 10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재원조달 방법조차 나와 있지 않으며, 구체성이 결여됐습니다. 

또한, 연간 의료재정이 12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2조원의 투입이 효율적인 필수의료 체계 구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정부는 종합선물세트처럼 장황스럽게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대책을 발표했지만, 진심을 느낄 수 없습니다.

더구나 매년 2000명(60% 이상)씩 5년간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의학교육의 질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짧은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교육정책은 20년, 30년을 보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정부는 건설적인 논의조차 거부합니다. 

이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서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2025학년도에 350명을 증원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대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 향후 교육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의료인력의 수급양상과 정부가 제시하는 필수의료 체계 개선의 가시적 성과를 지켜보면서 추가적인 논의를 하자고 했으나, 정부 측 대답은 없습니다.

내과의사는 정부의 과도한 의대증원 결정을 철회하고, 전문가 단체와의 재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의대 정원 정책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우리는 합리적인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정책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고, 많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기꺼이 그 분야로 진출할 꿈을 키우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로 인해 전국의 수련병원은 교수가 입원환자를 직접 보는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교수들이 야간 당직도 서고 입원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에게 큰 불안감과 불편·피해를 주게 되어 죄송할 따름이며, 더 나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