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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틱

보툴리눔 톡신 경험자 10명 중 4명은 ‘내성 위험’? 내성 최소화 하려면…

다빈도·고용량 시술 경향으로 내성 위험…환자 77%는 시술 이력 관리 안 돼
고품질 제품 선택 및 규제 강화 등으로 내성으로부터 안전성 높여야


‘모든 약은 독’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약도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극명한 예시로 ‘보툴리눔 톡신’을 들 수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지난 30여 년간 의료 및 미용 영역에서 다양한 적응증을 보이며 활용 영역을 넓혀갔고, 현재 국내에선 가장 대중화된 미용의료 시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강력한 독극물로 분류되는 만큼 내성 문제와 같은 안전성 이슈도 따라붙게 됐다. 

실제로 보툴리눔 톡신을 시술한 국내 환자 10명 중 4명 이상에서 내성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효과가 떨어지면 다른 병원에서 재시술하는 식의 대처로 ‘악순환’이 되는 경우도 많다.

박제영 압구정오라클피부과 원장은 6일 한국위해관리협의회 산하 보툴리눔 톡신 안전사용 전문위원회가 개최한 ‘안전한 보툴리눔 톡신 사용 문화 조성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보툴리눔 톡신 시술 경험이 있는 국내 20~59세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과반수인 56%가 연 2회 이상 시술을 받고 있으며, 한 번에 2개 부위 이상 시술한다고 답변한 비율도 51%로 나타나 다빈도, 고용량 시술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톡신 시술 효과가 떨어진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74%로 내성이 의심되는 환자 비율이 높게 나타난 데 비해, 효과가 떨어지면 병원을 이동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44%에 달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효과가 떨어지면 시술을 중단하지 않고 병원을 바꿔 같은 시술을 지속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술 이력 추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의료진은 환자가 몇 개의 병원을 거쳤는지 모르게 된다. 이 때문에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내성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시술을 반복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77%에서 톡신 시술 이력 관리가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전체 응답자의 89%가 시술 시 의료진으로부터 내성에 관해 설명 듣길 원하지만, 75%가 안내가 부족했다고 답했으며, 제품별 내성 안전성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비율도 64%로 나타나 의료진의 안내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상황임을 시사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미용 외에도 생명과 직결된 치료 목적으로도 자주 쓰이는데, 보툴리눔 톡신 외 다른 치료 옵션이 없을 때 내성 문제로 불가피하게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내성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내성 문제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 경각심을 갖고 최소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허창훈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안전한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제언’ 발표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의 품질과 제품 선택의 중요성을 전했다.

엄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A형 제제 속 복합단백질과 비활성 신경독소, 플라젤린(flagellin) 등이 면역반응을 일으켜 항체 형성을 유발하고 내성이 생기는 만큼, 톡신 생산 과정에서 이 물질들을 잘 정제해 순수 톡신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허 교수는 “항체 형성 위험이 없는지, 일관된 역가를 가지는지, 보관/이동 시 온도변화에도 일정한 상태 유지가 가능한지 등 3가지가 제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로, 안전성과 안정성이 증명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허 교수는 “사람의 얼굴이 기계로 찍듯이 다 똑같은 얼굴이 아닐뿐더러 같은 얼굴 안에서도 오른쪽과 왼쪽이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것도 아니므로, 의료진이 환자 개개인의 움직이는 근육 정도 등을 직접 보고 용량과 주기를 바꿔가며 맞춤처방을 해야 한다”며, “적정용량과 주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제품별 차이 등을 환자들에게 안내해 적절한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에 앞서 환자가 지금까지 어떤 시술을 받았는지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의료진에 당부했다.

이어 “환자는 자신이 시술받은 제품과 용량을 잘 숙지해 다음 의사에게 반드시 얘기해야 한다. 시술 이력이 잘 관리돼야 의료진이 시술 계획을 올바르게 수립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보가 없다면 계획 수립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환자 자신에게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라고 환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인규 연세대 K-NIBRT 사업단 교수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규제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보툴리눔 톡신을 취급하려는 경우 취급자와 취급기관에 대한 사전규제가 마련되어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사전규제가 없고 신고제로 운영돼 관련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어렵다”며, △보툴리눔균 및 보툴리눔 톡신 취급자와 취급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자격 설정, △자격자에 대한 허가제, △국내에서 새로 분리된 보툴리눔균에 대한 철저한 역학조사와 현장점검, △취급기관의 관련 기록과 보존을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옥륜 위원장은 “보툴리눔 톡신이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툴리눔 톡신은 다양한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면역원성 발생이라는 잠재적 위험성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규제 강화뿐만 아니라 의료진·환자가 높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해 내성으로부터 안전성을 높이고, 부위별 적정용량과 주기에 맞춰 시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