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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차피 ‘임신중지’ 할 거, 안전하게 하면 안 되나요?

2021년 1월 1일로 낙태죄가 공식 폐지된지도 어언 3년이지만 보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단 방법을 확보하기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그림의 떡’이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이듬해까지 관련 법안을 제정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죄가 폐지된 지금까지도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

임신중지를 위해 보통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방법은 ‘약물’을 통한 임신 중단이다.

임신 중단 약물로는 미프진이 가장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에서 임신 중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아직까지 부재하다. 현대약품이 ‘미프지미소’를 도입하려 했지만 신청을 자진취하하면서 현재는 임신 중단 약물의 도입을 논의하려는 제약사도 없는 상태다.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온 약물이 없다고는 하나 사용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약을 암암리에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공식적인 처방과 복약지도가 이뤄지지 않아 약을 복용하더라도 원하는 약효를 얻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이상반응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의약 전문가들 1800명 이상이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을 위해서 식약처에 진정했지만 식약처는 유관부서 간 협의와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안된다며 거부했다. 

약물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임신중지 시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술 비용부터가 주수마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인데다 임신과 관련한 상담을 해준다는 단체들도 임신중지 시술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간 불법이었던 만큼 의과대학에서도 임신중지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낙태죄가 존재했을 때라면 모를까 낙태죄가 폐지된 지금도 약물을 통한 합법적 임신중지가 제한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결국 정부는 국민에게 임신중지를 위한 수단으로 ‘시술’만을 허락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면 관련 법과 제도 역시 진작에 마련됐어야 했다. 무조건적으로 약물 도입을 강행하고 시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임신중지는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고 가린다고 가려지지 않는다. 임신중지를 할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지를 해야 한다면 ‘안전하게’ 진행되는 게 좋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사안이다.

지금도 충분히 늦었다. 그러나 산모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정부와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