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수)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서울시의 2% 부족한 서울형 헬스케어

최근 기자의 집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은 “오늘 몇 걸음 채웠어?”라는 안부인사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서울형 헬스케어 관리 프로젝트 ‘손목닥터9988’에 가족 모두가 참여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손목닥터 9988’은 99세까지 88하게 살자는 의미를 담아낸 이름으로, 서울시민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출범했다. 올해로 벌써 2차 기수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사업 참여자는 연동된 앱을 통해 걸음 수나 운동량, 심박수를 관리하고 건강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며, 건강정보도 제공된다. 무엇보다도 활동 기간 동안 스마트워치가 무상 대여된다는 점과 미션 달성 시 건강과 관련된 업종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가 제공된다는 점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워치의 유혹에 넘어간 기자의 집도 손목닥터9988과 함께한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목표걸음 수인 8000보를 채우기 위해 퇴근 후 집 근처 공원을 한 바퀴씩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걷는 것을 좋아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미루고만 있던 기자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걸음 수를 채워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게 된 부모님과 함께 매일 저녁 ‘반강제(?)’ 데이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사업 참여 후 가장 좋은 점이기도 하다. 컨디션 난조로 걸음 수가 살짝 부족한 날이면 온 가족이 소파에 앉아 스마트워치를 흔들고 있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손목닥터9988이 주는 새로운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요즘이지만, 서울시의 2% 부족한 세심함은 이따금 실망을 주기도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점은 방해금지모드 ‘꺼기’라는 표현이었다. ‘ㅡ’가 ‘ㅓ’로 바뀐다고 OFF라는 의미를 알아듣지 못할 사람은 없겠지만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임을 고려한다면 시민에게 올바른 표현을 전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일부 기종에 한해서는 걸음 수 리셋이 잦다는 불만도 쏟아진다. 예를들어 하루 동안 6946보를 걸었는데 어느 순간 진동이 울려 워치를 바라보면 걸음 수가 0000보로 돌아가 있다는 것. 

완벽함을 결정짓는 것은 큰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사소한 부분이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매주 새롭게 제공되는 건강상식들도 분명 큰 도움이 되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이야말로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가장 안전한 장치가 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