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정부가 소아진료 문제 해소를 위해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은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확대를 비롯해 상급종합병원 등에 대한 소아 전문의 배치기준 및 보상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적정 보상을 위해 공공정책수가 도입 등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본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해당 대책에 대해 살펴본 소감을 말하자면 기존에 있는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보여주기식 제도 개편을 실시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우선 적정 의료인력 양성 지원의 경우 막연하게 필수분야 의사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인력 확충을 추진하겠다는 말이 전부였으며,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전공의 연속근무(36시간) 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고무적이지만, 언제, 어떻게 이를 추진할 계획인지 대략적인 내용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 전문의 고용 확대를 유도하겠다면서 각종 지정·평가기준 등에 ‘전문의 고용 노력’ 정도를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 전공의들이 법으로 근로시간이 규정돼 있는 반면에 전문의들은 그것도 없어서 오히려 전공의보다 근무 여건이 열악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전문의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수준의 근무 여건 개선이 빠르고 확실하게 추진되지 않는 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 또는 ‘탁상공론’적인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소아 일반병동 입원 적용 연령 가산을 확대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소아진료 시 수가 가산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는데, 수가 개선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시스템처럼 병원에서 많은 수가 또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도 소아진료를 비롯한 필수의료에 많이 투자하지 않는다면 많은 의료진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돈은 돈대로 날리고 보건의료인력들은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야간·휴일 소아진료 공백 완화를 위해 야간·휴일에도 소아 외래진료가 가능한 야간·휴일 소아 진료기관(달빛어린이병원 등)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경우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가 선행되지 않는 한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이번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은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기준 개선 및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에 있다.
이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발표 이후 대한중소병원협회와 중소병원들이 해당 기본계획은 중소병원을 괴멸시키는 계획임을 강조하면서 거세게 비판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역시 내용만 다를 뿐 중소병원들에게는 소아의료체계에서 중소병원들을 배제하겠다는 내용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환경 특성상 가벼운 질환은 의원급으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다지만, 병원 진료가 필요한 질환이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찾아오면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 중 중소병원의 비중과 접근성이 높다는 사실과 중소병원들이 현재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상급종합병원의 소아진료 기능 강화도 중요하지만, 중소병원과 관련된 대책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끝으로 본 기자는 정부에게 묻고 싶다. 의료계와 우리들의 눈 앞에서 ‘의료 붕괴’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종합적인 큰 그림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대책을 언제, 어떻게 추진해 어떤 방향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보다 더 상세히 알려줄 수는 없었던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