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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암생존자가 암환자 돕는 동료지원 프로그램 ‘SPRING’,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올캔코리아, 토론회 개최… 암환자 심리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 없지만 현재 인프라는 부족

암은 환자에게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을 주지만, 심리적인 지원은 거의 전무했다. 이에 암환자들의 심리를 가장 잘 아는 암 생존자들이 동료 지원가로서 다른 암환자들의 심리를 지원하는 ‘환자간 지지프로그램’의 적용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올캔코리아(대표 최경철)가 주관하는 암환자 심리적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 ‘암 관리 사각지대 체크포인트 : 암환자 심리에서 길을 찾다 2’가 국회 ‘존엄한 삶을 위한 웰다잉 연구회(대표의원 김상훈, 인재근)’의 주최로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행사는 주제 발표 후 패널 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유은승 교수의 ‘암환자 심리지원을 위한 환자간 지지프로그램 개발 연구’, 양현정 올캔코리아 전문위원의 ‘암환자 동료지원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언’ 발표 후 암환자 동료지원 서비스의 정책 접목 방안에 대한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연구를 진행한 고려사이버대 유은승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유은승 교수는 “암 환자가 삶의 여러 영역에서 겪는 정신적 고통을 ‘디스트레스’라고 하며, 암환자의 약 20~40%가 디스트레스를 경험한다. 디스트레스는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오래 영향을 끼치며, 암 전주기에 걸쳐 경험된다”고 말했다.

유은승 교수는 “암환자의 디스트레스를 선별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한 대규모 조사에서는 암환자의 54%가 심리사회적 지지에 대한 요구를 표현했고, 의료나 경제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요구가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개인에 대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지만, 의료진이 확인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어 동료 지원가가 전문가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도와주도록 했다”며, “암환우 동료지원가는 암 치료를 마친 암 생존자로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다른 환우의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대등한 관계에서 도우며 함께 회복하는 사람이다”라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올해 7월에 암환자 동료지원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암환우 동료지원가 양성 교육과정을 실시해, 총 6명의 동료지원가를 양성했다. 양성과정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91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어 8월부터 암환자 동료지원 프로그램 ‘SPRING’의 참여자를 모집해 최종 참여자 10명을 선발했다. SPRING 프로그램은 6~8회기에 걸쳐 참여자가 필요한 내용이 있는 모듈을 선택할 수 있게 했고, 반 구조화된 프로그램과 정신건강 전문가의 면밀한 관리감독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 

유은승 교수는 “프로그램 종료 후 참여자와 동료지원가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고, 의료적·사회적·경제적 측면의 기대효과가 있어 동료지원 프로그램이 심리지원의 중요한 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과제는 병의원, 보건소, 지역사회와 연계한 제공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며, 내년에 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캔코리아 전문위원인 한국GIST환우회 양현정 대표가 ‘암환자 동료지원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양현정 대표는 “경증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암환자들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심리적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부분에서 동료지원 프로그램의 장점은 지원가와 참여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정 대표는 “동료지원 프로그램 전후에는 참여자의 심리적 어려움 변화와 동료지원 효과에 대한 질적, 양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동료지원 프로그램 구성에 반영됐듯이 암환자 심리지원 사업에서 고려할 점은 지원가와 참여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사업이면서 전문가 집단의 중앙집중식 관리가 장기간 필요하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정신장애인 동료지원 등 유사 심리지원 사업들과도 비교했다. 양 대표는 “앞으로 민간단체와 공공서비스의 장단점을 고려해 사업의 주체를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지역 보건소를 중심으로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하는 방안,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안정적인 재정 확보 방법, 완치된 암 경험자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제공하는 것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에서는 동료지원 프로그램의 적용과 관련된 의미 있는 논의들이 이어졌다. 이향우 동료지원가, 울산대병원 종양내과 고수진 교수,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정신건강의학과 이현정 선임연구원,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김한숙 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향우 동료지원가는 “동료지원가로 참여하며 서로의 마음을 공감해줄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느꼈다. 현재 암환우가 아닌 일반인 대상의 심리상담은 각 지자체에서 많이 제공하고 있지만, 암 환자의 상담은 자리가 없어 스터디카페를 섭외해서 진행하는 실정이다. 공공기관의 협조와 지원이 있다면 의미 있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일회성이 아닌 국가지원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수진 교수는 “현재 의료자원으로는 모든 암환자와 암 생존자에게 심리 지원을 제공하기 어려우므로, 임상 현장에서 스크리닝을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심리교육과 인지행동치료 등이 도움이 된다는 결과는 많지만,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인력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종양학을 활성화하고 상담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동료지원 프로그램은 지원 받는 사람과 하는 사람이 모두 성장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암 환자들이 다양한 암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을텐데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경우가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정 선임연구원은 “동료 지원가들이 암 환자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의 문제처럼 느껴져 힘들어할 수도 있어 지원하는 대상의 문제를 분리해서 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중증 장애인의 지역 복귀를 목적으로 20년도부터 비슷한 동료지원 양성 과정을 시작해, 공공기관 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암 환자 지원도 시작이 된다면 참여하는 다양한 기관들에서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생활 지원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한숙 과장은 “현재 코로나19로 정신적인 영역에 대한 관심이 많이 강조가 되고 있지만, 심리 지원에 관한 국가적인 인프라가 많이 확충된 단계는 아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아직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를 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암 종류별 특성이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동료 지원보다 플랫폼을 통한 경험 공유같은 서비스가 더 타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암 환자에 대한 지원은 다방면의 협업이 필요한 부분으로, 국가 암 관리 정책에서도 암 환자의 심리 치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