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에서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닌,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돕기 위한 형성평가 방법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한국의학교육학회(회장 박중신)가 주최하는 제6차 의학교육 평가 컨퍼런스가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돕는 형성평가’라는 주제로 12월 9일 한양의대 계단강의실 임우성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코로나 이후 첫 대면행사로 진행되는 이번 의학교육 평가 컨퍼런스에는 의대 교수들을 주축으로 총 218명이 등록, 197명이 현장 방문해 주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행사를 공동 주관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안덕선 원장은 축사에서 “올해로 6년째를 맞는 의학교육평가 컨퍼런스는 지난 해에는 학생평가, 2년 전에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학생교육과 평가 등 현장에서 관심있는 주제를 시의적절하게 마련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행사의 개최를 축하했다.
컨퍼런스는 형성평가와 관련된 세 가지 세션으로 진행됐는데 ▲학습자의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형성평가(좌장 강원의대 한은택 학장), ▲의학교육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형성평가 방법과 지원(좌장 조선의대 정중화 학장), ▲CBT, CPX 그 너머에는…?(좌장 이화의대 하은희 학장)까지 형성평가를 통해 어떻게 학습자의 역량을 이끌어낼 것인지, 의학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성평가의 방법과 지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논의했다.
1부의 첫 발제를 맡은 한양의대 강예지 교수는 ‘학습자 평가의 목적과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평가 방법과 함께 형성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소개하며, “평가는 가치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평가의 준거와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평가 방법이 있지만, 학습자 평가는 ‘Assessment drives learing’이라는 말처럼 학습을 유도하는 평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의대 유지혜 교수는 ‘형성평가 기법과 활용방법’ 발제에서 “효과적인 형성평가를 위해서는 적절한 조절과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형성평가는 학습을 위한 평가로, 배움 중간에 이뤄지며 점수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퀴즈나 디브리핑, 동료평가, 포트폴리오 등의 다양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성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교수자의 역량 중 반복적으로 이야기되는 부분은 피드백이었다. 건설적인 피드백이 있는가하면 파괴적인 피드백이 있다. 피드백은 가치 판단이 아닌 형성자의 성적 향상을 위해 학습자의 목표와 현재 수준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구체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기준위원을 겸임하는 인제의대 윤보영 교수는 ‘평가인증에서의 형성평가’에서 “형성평가는 사전에 계획돼, 수업 계획서 등 규정이나 규정 세칙에 명시돼야 한다. 형성평가의 시기, 방법, 내용이 학습자에게 공개되고, 결과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 예정인지 공지돼야 한다. 형성평가는 조기에 성취부진학생을 찾는 시스템이므로, 성취부진학생에 대한 지원 방법 또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보영 교수는 “나의 수업단위를 체크하고, 진단평가나 Pulse check, 수업 종료 시 평가 등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모든 학습자가 의도한 성과에 도달하는 성과바탕교육이자, 조기에 발견된 성취부진학생에게 재학습의 기회, 교정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형성평가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패널토의에서는 ‘평가를 통한 학습자의 변화와 학습문화 혁신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제주의대 강명준 교수, 가톨릭의대 강화선 교수, 단국의대 채유미 교수,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이하 치평원) 박병건 교수가 참여했다.
토의 전 좌중에서 현실적으로 형성평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언급됐다. “의학대학에서는 형성평가에 대해 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 기준이 생겨 그때부터 관심이 생긴 것이 컸고, 지금은 형성평가 1.0단계에 불과하니 앞으로 형성평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제주의대 강명준 교수는 “형성평가는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학생들이 어디에 이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강의에서는 형성평가가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유료화가 되긴 했지만 멘티미터, 카훗 등 다양한 IT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학생들의 반응을 캐치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강화선 교수는 “평소 좋게 봤던 열정적으로 수업하는 교수님이 형성평가라는 단어를 몰라서 놀랐다. 형성평가라는 단어가 직관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도 같다. 형성평가는 이미 대학에서 학습자의 성장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것에 관심을 갖고 지속해서 퍼뜨려 달라”고 말했다.
단국의대 채유미 교수는 형성평가의 전제조건으로 “먼저 학생이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다. 두 번째로 교수자는 피드백이 기술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되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3-2-1 전략이나 디브리핑, IT 활용 등 교수 개발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교수자 혼자만 핸들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조교 교육 등 시스템적으로 받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로는 여건이 돼야 하며, 네 번째로는 학습내용이나 방법이 조정되지 않고는 어렵다. 인증평가단은 학교마다 형성평가를 어떻게 고민했고,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질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형성 평가가 모든 역량을 성장시키는 측면이라면, 어떻게 태도를 형성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토의도 이어졌다.
강화선 교수는 “태도는 평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그 가치에 대해 학생들이 이해하고,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고, 강명준 교수는 “기존 전달하는 방식의 강의에서는 태도를 형성평가하기 어려우며, 수업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수업환경의 변화에 대해 재강조했다.
치평원 박병건 교수는 “어떻게 형성평가를 잘 할 수 있을까에 앞서 근본적으로 형성평가를 왜 하는가를 고민해보면 방법은 다채롭게 나온다. 학습은 소통 과정이다. 학생들이 의미를 찾게 되면 수용력이 더 좋아지게 된다. 학생들의 정서적인 부분이 학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습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유미 교수는 “개인적으로 출석이 태도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 제 수업에서는 포트폴리오와 3진 아웃제를 적용해 태도를 평가하고 있다. 태도는 학생들이 바라보는 누군가에 대한 인식이다. 학생들의 태도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인식을 바꿔야 하고, 예과 동아리활동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형성평가 점수가 어느정도일 때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할까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다.
박병건 교수는 “학생들은 평가에 민감하며, 특정 시기별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평상시 들어가는 퀴즈, 과제 등에서 반영률을 나름대로 조정하고 전체 내용을 첫 시간에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화선 교수는 “형성평가도 중요하지만, 평가 이후에 얼마나 학생들을 지원했는가 돌아보게 된다. 형성평가에 대한 평가는 교수님들이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의과대학에서의 실제 형성평가 사례와 지원, 3부에서는 의사국가시험과 연결해 의과대학 형성평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참석자들이 자리를 지켰다.